/ 레너드 삭스 지음ㆍ김보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92쪽ㆍ1만1,000원
아들이랍시고 하나 있는데 공부는 아예 뒷전이고, 어디서 주어 들은 쌍소리를 남발하며 허구한 날 닌텐도다. 공부는 여자 아이들이 평정한지 오래다. 여성의 장교 임관은 이제 뉴스도 되지 못한다. 사시 합격생 중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35%이며, 앞으로 더욱 늘 전망이다.
아버지가 큰소리 못 치고 남자가 또래의 여자 아이에게 기가 죽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니, 그러려니 하고 말 것인가? 미국의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레너드 삭스가 ‘알파걸에 주눅 든 내 아들 사수 작전’에 나섰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이들을 경쟁 사회의 승자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책은 먼저 조기 교육의 폐해를 지적, 한국의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5세 남자 아이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3세 여자 아이의 뇌와 같은 발달 수준을 보이는 만큼, 자칫 남자 아이에게 열등감만 심어주기 십상이다.
생득적으로 ‘권력 의지’를 타고나는 아들들이 게임에 매달리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이 지점이다. 즉 게임을 통한 대리 만족이다. 특히 새벽까지 게임기에 매달려 사는 남자 아이들에게는 리더가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세기는 남자 아이들에게 수난기다. 대표적 예가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뜻하는 이 증상에 부모들이 너무 민감하다 보니, 문제가 오히려 더욱 심각해 진다는 지적이다. 치료약이 뇌를 망가뜨려, 아이를 극단적으로 무기력하게 만들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소설의 주인공 톰 소여처럼 천방지축인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요즘 부모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책은 말한다.
또 여자 아이들을 조숙하게, 남자 아이들은 성 발달을 더디게 만드는 환경호르몬은 새롭게 등장한 복병이다. 1등이 되고 싶은 마음, 성취 욕구, 경쟁심 등을 유발하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춰 당신의 아들을 무력화하는 치명적 주범으로 책은 규정한다.
전자 레인지, 랩, 플라스틱 그릇, PET 병 등을 멀리 하는 게 최선이라는 권고다. 최근 부모들의 속을 썩이는 비만의 주범 역시 환경호르몬이다. 특히 콜라 등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남자 아이들은 언제든 뼈 접합술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책은 경고한다.
책이 제안하는 게임 중독 탈출법을 보자. 예를 들어 NFL 게임에 죽어라 매달리는 아이에게 게임을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축구팀에 가입하도록 해, ‘현실’을 맛보게 하라는 것이다.
‘진정한 남자다움을 가르쳐라!’ 책이 제안하는 타개책이다. 역할 모델을 찾지 못해 폭주족 아니면 캥거루족으로 눌러앉기 십상인 요즘 남자 아이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건강한 남성성이라는 말이다. “그 사람이 꼭 아버지뿐이어서도 안 된다. 생산적인 건강한 남성에 대한 다양한 역할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많은 어른들이 필요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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