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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부회장 창립 17주년 간담회/ "팬택, 2010년 조기 정상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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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부회장 창립 17주년 간담회/ "팬택, 2010년 조기 정상화 자신"

입력
2008.03.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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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늘 정력적이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다소 피곤해보였고, 나이도 들어보였다. “엎드려 있어야 할 사람이 언론에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28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거의 1년만이다. 이날 간담회는 회사 창립 17주년(29일)을 맞아 이뤄졌다.

그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예전엔 하루 한갑 정도 피웠는데, 워크아웃 이후엔 2갑반이나 피운다고 했다. 그는 현재 ‘오너’로서 지분과 기득권을 모두 포기한 상황. 부회장 직함만 갖고, 경영정상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올 정도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지내다 보니 담배 한대 피울 때가 짧지만 달콤한 휴식시간이 됐습니다.”

박 부회장은 한때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옛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그는 1991년 전세자금 4,000만원을 털어 직원 6명의 호출기 생산업체를 차렸다. 시장변화를 간파, 휴대폰 단말기쪽으로 업종을 바꾼 뒤 옛 현대전자 휴대폰부문(큐리텔)과 SK텔레콤 계열 휴대폰제조사(스카이)를 잇따라 인수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휴대폰시장의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다. 연 매출은 3조원대로 커졌다.

하지만 질주는 화(禍)를 낳는 법. 무리한 확장과 해외진출, 글로벌 업체들의 집중견제, 환율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난에 몰렸고, 결국 워크아웃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는 때 늦은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17년간 쉼 없이 달려왔어요. 그 가운데 딱 한번 실수를 저질렀는데 시장에서의 반응은 처절할 정도로 냉담했습니다. 큰 시련을 겪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연구ㆍ개발(R&D) 만큼은 손을 놓지 않았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힘들 과정을 겪고 있지만 직원들과 합심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신제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어요.”

이 같은 집념과 열정이 통한 탓일까.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팬택계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3,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연 1조6,400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고, 특히 4분기에는 6배나 성장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객사들로부터 신용을 잃지 않았던 게 주효했어요. 워크아웃 이후 오히려 주문 물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 팬택계열의 금년도 매출 목표는 2조원대. 이런 추세라면 당초 예상보다 1년 가량 빠른 2010년쯤엔 워크아웃 졸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박 부회장은 잠시 중단한 ‘팬택 신화’를 다시 쓰고픈 열정이 강렬해 보였다. “어느 기업이든 생로병사 과정은 겪죠. 팬택계열도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50년 이상 영속하는 강인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팬택계열을 조만간 만나보게 될 겁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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