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렁이 단팥빵’ 사건의 제보자가 제조사 측에 금품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단팥빵에 지렁이가 들어간 시점 등을 밝히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지렁이에 대한 부검 및 감정을 의뢰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28일 지렁이가 들어있는 단팥빵을 신고하면서 제조사에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로 제보자 송모(38)씨가 일하던 신발 창고 주인 김모(54)씨를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4일 송씨가 먹던 단밭빵에서 지렁이가 발견되자, 송씨를 부추겨 이 사실을 광주 북구청에 신고한 뒤 제조사인 A사에 5,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송씨는 A사 측에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고 발견 당시 지렁이가 빵 위에 얹혀 있었을 뿐 단팥빵에 들어 있지는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송씨와 김씨는 모두 “지렁이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었다”며 자작극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단팥빵에 지렁이를 집어 넣고 신고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문제의 단팥빵과 지렁이를 국과수에 보내 동물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국과수 조사에서 지렁이가 죽은 시점과 원인 등이 규명되면 의혹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만약 빵 제조 과정에서 지렁이가 들어갔다면 지렁이 체내에 있는 단백질이 열변성을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 진술과 A사측 설명 등으로 미뤄 지렁이가 제조ㆍ유통 과정에서 빵 속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입금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데다 A사도 “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말함에 따라 송씨 등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사상 처음으로 지렁이 부검에 나선 국과수는 우선 각종 실험을 통해 지렁이의 외형이 손상된 원인 등을 분석하고, 규명이 어려울 경우 성분검사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현재 약동물과 식품실장 주관 아래 실험을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지렁이가 (제조과정에서 열에) 익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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