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법제처장이 그제 업무보고에서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법령을 찾아내 각 부처에 없애도록 요구하는 야당 노릇을 하겠다"며 규제 개혁의 선봉을 자임하고 나섰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법제처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도 큰 기대를 표명했다. 국무위원이 아닌 이 처장은 국무회의에도 참석, 규제개혁 사항을 보고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규제개혁 해결사'라는 말까지 들리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지나친 조급증은 스스로 경계해야 옳을 것이다.
법제처는 정부 입법을 총괄 조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지금껏 법령안 심사에 머문 것과 달리 규제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는 바람직하게 들린다.
이 처장은 법체계를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바꾸기 위한 '국민불편법령 개폐센터'를 운용, 정비대상 법령을 5월 중에 각 부처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훈령과 고시 등 각 부처 내부규정도 모두 심사, '체감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운전면허증 미소지자 범칙금, 세무조사기간 포괄연장, 공과금 카드결제 제한 등을 '국민불편법령'으로 열거한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자동차 유리 선팅, 정확히는 틴팅 규제를 1순위로 지목한 것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사고위험이 낮은 데다 위반차량이 많고 단속도 어렵다는 명분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단속기준 논란이 많았던 자동차 선팅은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가 정기검사 항목에서 제외하면서 방치됐다. 그러나 실험결과를 근거로 사고 위험성이 계속 지적되자 2005년 가시광선 투과율 40% 이하를 단속기준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 유예기간을 거쳐 올 6월 시행하게 돼 있다.
이런 경위와 미국 일본 EU 등이 한층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에 비춰, 갑작스러운 폐지 방침은 조급하고 대중 영합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어느 언론은 이석연 처장을 정부의 '리베로'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그의 최근 언행은 선수 본분을 벗어나 심판 노릇을 하려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나치면 이내 탈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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