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만 해도 3,700이 바닥이라더니, 3,500마저 무너져? "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한숨소리가 한층 깊어졌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국증시 얘기다.
4일 연속 추락하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일 전일대비 5% 넘게 추락, 결국 3,411.49로 마감했다. 작년 10월 고점(6,092.06)에 비하면 5달 만에 거의 반토막(-44%)이 난 셈이다.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3,500까지 무너지면서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끝을 모르는 중국증시 추락의 이유는 뭘까?
미국발 신용위기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폐쇄적인 중국증시의 특성상 외국인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중국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비중은 1%가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보통 주가하락의 주범인 기업실적 하락도 아니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바오산(寶山)철강의 작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긴 했으나,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중국상장기업 중 86%가 예상보다 높은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작년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578개로 총 3,827억 위안(약 545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대비 38.4%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증시 추락의 진짜 이유를 세 가지 정도를 꼽는다.
첫째는 대규모 비유통주의 증시 유입. 2005년 중국 금융당국은 상장기업 총주식의 70%에 해당하는 비유통주를 시장에 풀기로 결정하는 주식개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작년에는 월 평균 24조원 물량이 증시로 나왔으며,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월 평균 32조원, 54조원이 시장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갑작스런 물량증가가 주가하락을 가져온 것이다.
둘째는 위안화 절상을 노린 핫머니의 증가. 27일 현재 위안화는 달러당 7.0130위안으로, 달러당 6위안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와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상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핫머니' 성격의 해외 투기자금까지 중국시장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핫머니는 그 자체로 시장의 불안요소. 지난 25일 신화통신은 "외부에서 유입된 투기자금이 상하이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티베트 소요사태. 만일 티베트 사태가 베이징올림픽에까지 영향을 줄 경우 이는 중국경제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추불'(추가불입)과 환매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국내 중국펀드들의 투자비중은 대체로 홍콩(H, R)주가 가장 크며, 중국 본토의 B주, A주 순이다. 그러나 'PCAChinaDragonShare주식펀드'처럼 A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따라서 중국펀드 가입자들은 대체적으로 크고 작은 손실을 누적한 가운데 상품별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경우도 나온다.
펀드담보대출을 받아 여러 중국펀드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중국증시 하락으로 담보펀드의 평가금액이 떨어지면서 대출금을 갚으라는 증권사 독촉전화에 시달렸다"며 "결국 1,000만원 손해를 감수하고 환매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중국펀드 투자자는 "환매하러 증권사 창구에 갔다가 "장기적으로는 중국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직원의 말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며 "매일 내 돈이 사라지는 걸 언제까지 두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증시 전망에 대해선 ▦이제 바닥에 도달했으며 ▦장기적으론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단기간내 급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최근 사내편지를 통해 "중국을 버블로 묘사하는 것은 좁은 시야"라고 일축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현재 고점 대비 40%가 넘는 하락은 과도한 수준의 조정"이라며 "상하이A증시 기준으로 3,500선이 바닥"이라고 조심스레 추정했다. 신영증권의 이기용 연구원은 "지난 며칠 중국 증시는 오전 급락하다 오후 급반등하는 등 바닥을 다져가는 양상을 보였다"며 "조만간 3,500선(상하이A)에서 바닥 확인 후 서서히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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