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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라크전쟁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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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라크전쟁 5년

입력
2008.03.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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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벗어나 당신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며 나의 유일한 목적은 돌아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미국의 후안 캠포스 중사가 아내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는 이 당연한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이라크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뉴욕타임스 24일자에는 캠포스 중사 말고도 이라크 파병 미국 병사들의 여러 이야기가 실려있다. 전장의 젊은이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 공포가 그들이 남긴 글 하나하나에 절절하게 배어 있다. 미국 병사가 이럴진대 그들과 맞서는 상대편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낄까.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5년이 지났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알케에다와의 연관성 등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많은 나라가 동맹국이라는 이름으로 가세했고 전세계가 전쟁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겉으로 내세운 전쟁의 목적이 흐릿해졌고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라크 민중을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했지만 그를 제거하고도 이라크는 혼돈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그 사이 이라크에서는 100만명 정도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인구의 14%가 난민이 돼 제 땅에서 쫓겨났다. 내전에 휘말려 기간시설이 파괴되고 경제 불안도 여전하다.

전쟁 전 후세인 시절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이 내건 전쟁의 이유와 명분 중 어느 것 하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은 죽을 맛이다. 4,000명이 넘는 병사를 잃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다. 전쟁을 둘러싼 국론 분열까지 감안하면 미국이 치른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으니,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리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최근 전쟁 발발 5주년을 맞아 이라크 전쟁이 정당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그 말에 진심으로 수긍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외신은 백악관이 1월 사임한 타운센드 국토안보 및 반테러 보좌관의 후임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린다고 하지 않은가.

미국이 그토록 중요하게 밀어온 반테러 정책이 백악관에서조차 흔들린다는 점에서 국토안보 및 반테러 보좌관의 공석은 상징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하기도, 빠져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비탈길을 굴러가는 둥근 공처럼, 그저 관성과 중력에 의해 전쟁이 계속되는 것 같다.

발발 5주년을 계기로 이라크전을 돌아보며 다시 질문 한다. 한국군이 왜 이라크에 가있을까. 한미동맹이라는 슬로건 하에서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전쟁 5주년을 전후로 미국, 영국 등 전쟁 주도국의 주요 언론이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다시 한번 규정한 그 전쟁에 한국이 개입했다고 하니 우리 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래도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가 비전투병 부대이고 장병들이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현지 주민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는다니 다행스럽기는 하다.

외교 철학도, 원칙도, 전략도 없이 그저 한미공조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우리 정치권에 미국은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다. 그때도 정당성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덥석 뛰어들어 난처한 처지에 놓이지 않을지 모르겠다.

박광희ㆍ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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