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왕좌(황제주)를 넘봤다. 군사력(실적)도 막강했고, 천운(대외환경)도 따랐다. 백성들(투자자)은 십시일반 힘을 보탰고, 민심(시장 전망)도 대의를 부추겼다. 그저 시간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때는 오지 않았다. 모든 게 달라졌다. 거래소 시가총액 2위(27일 현재 41조2,394억원) 포스코 얘기다.
지난해 9월 3일은 국내 증시 역사에서 ‘포스코의 반란’으로 불린다. 포스코가 8년2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의 ‘황제주’ 삼성전자 주가(종가 기준)를 1만6,000원이나 뛰어넘었기 때문. 한달 뒤 포스코 주가는 76만원을 뚫었고 시가총액도 66조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포스코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당시 80조원대)마저 뛰어넘을 거라고 환호했다. 상장 후 첫 ‘투자주의종목 지정’이라는 꼬리표를 달만큼 매수 열풍도 뜨거웠다. 반면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 밑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 업황 전망, 투자심리 등 모든 면에서 포스코는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그러나 비상보다 추락에 가속이 붙기 마련이다. 지난해 말 포스크 주가는 삼성전자에 재역전을 허락한 뒤 최근 4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40%)이다. 그사이 삼성전자는 60만원대를 재탈환했다. 시가총액 차이도 47조8,767억원(27일 현재)이나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올들어 장밋빛 실적을 바탕으로 잇따른 목표주가 상향이란 시장의 호응을 얻은 반면 포스코는 외면당했다.
그런데 최근 시장이 포스코의 재기를 차근차근 점치고 있다. 포스코를 옥죄던 ▦원재료 구매가격 급등 예상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원ㆍ달러 환율 상승, 그리고 특히 투자자의 심리를 거슬리게 했던 ▦가격 인상 지연에 따른 불신감 등 3가지 악재가 차츰 해소되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주가 급락은 국내 철강가격 인상 발표 지연에 따른 실적 우려와 원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 때문”이라며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지연된 국내 철강가격도 톤당 10만~15만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환율 역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올해도 예상대로 양호한 실적을 올린다는 것이다.
김종재 한화증권 연구원도 “철강과 달리 유연탄 가격에서 추가적인 부담 요인은 제한적이만 유연탄 가격 타결이 멀지 않았다는 점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 드리운 암운이 기우라는 전망도 있다. 김현태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와 중국발 철강경기 둔화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포스코의 주가는 글로벌 철강사와 비교해도 저평가 매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등 우량 자회사 상장에 따른 수혜와 창립 40주년(다음달 1일) 발표될 ‘제2의 성장전략’도 기대된다.
증권사들은 최근 며칠사이 포스코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거나 ‘매수’ 투자의견을 내고 있다. 최소한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신중론(한국투자증권)도 있다. 목표주가는 65만7,000원(동부증권)부터 70만1,000원(한화증권), 75만8,000원(굿모닝신한), 심지어 80만원(우리투자증권)까지 있다. 이쯤 되면 최근 상향 조정된 삼정전자의 목표주가(70만~8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시장은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대표주 자리를 놓고 2분기 이후 벌일 선의의 경쟁, 특히 포스코의 재비상을 지켜보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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