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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고전번역원장 칼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500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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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고전번역원장 칼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500회 맞아

입력
2008.03.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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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66) 한국고전번역원장이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산의 경세, 철학, 도덕, 문화, 예술론을 풀이한 칼럼인 '풀어 쓰는 다산이야기'가 500회를 돌파했다.

2004년 6월 시작돼 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2번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는데 500명이었던 초기독자는 현재 33만명으로 늘어났다. 직장인, 교사, 의사, 변호사 등 각계각층을 망라하는 독자 가운데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낙청, 김우창, 최장집 같은 이들도 포함돼 있다.

왜 지금 다산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박 원장은 "다산은 용인(用人)과 이재(理財)라는 통치의 두 가지 원리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개혁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을 잘 쓰고 국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요순과 공자 이래 변하지 않는 유학의 기본 통치원리였지만, 다산이 보여주는 진보성과 구체성은 그저 '사람을 잘 쓰자' '재산관리를 잘하자'고 했던 다른 유자(儒者)들의 주장과는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다산은 실력만 있다면 아무리 서자라 해도 정승을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부증진의 핵심요소로 토지제도의 개혁을 꼽으면서 토지사유화의 폐지를 주장함으로써 당시 지배권력에 충격을 줬다.

박 원장과 다산과의 인연은 대학원(전남대 법과대학원) 시절에 이루어졌다. 은사인 고 조병갑 교수가 "너는 한문을 할 줄 아니까 한국법제사를 공부해서 학교에 남아라"고 했고, 박 원장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산의 법ㆍ제도론인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을 읽기 시작했다.

엄혹한 유신시대였던 당시 다산의 글을 읽으며 그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감옥에 갇힌 사람, 수사 받는 사람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 임금도 잘못하면 몰아내야 한다.

면민들이 면장을 뽑고, 면장이 군수를 뽑고 군수가 도지사를 뽑자는 것과 같은 주장을 접하고 그는 "200년 전에 다산은 이렇게 멋지고 진보적인 논리를 펼쳤구나"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산이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며 <여유당전서> 를 완성한 것처럼, 박 원장이 다산사상의 대중화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탄압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석사과정만 밟으면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당시 안기부는 그가 6ㆍ3 한일협정반대 참가자라는 이유로 신원특이자로 분류해 이를 무산시켰다.

이후 광주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며 다산의 글을 쉽고 현대적으로 풀이하는 작업을 했고 그 번역을 묶은 것이 1979년에 나온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

한 때 정치(13,14대 국회의원)에 몸담기도 했지만 그는 "정치를 통해서 사회를 개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상적ㆍ학문적으로 국민이 새로운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산의 개혁논리, 청렴사상을 국민들이 익숙하게 이해하고 행동에 옮길 수만 있다면 제대로 된 '선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500회를 맞아 "무슨 보람을 찾기 보다는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해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00번을 연재하는 동안 단 한번도 마감을 어기지 않은 것도 그런 사명감의 발로가 아닐까? 그는 "아직도 다산의 사상을 통해 할 수 있는 말은 수백 가지가 더 남았다"며 "내 열정과 힘이 다할 때까지 국민들에게 다산의 개혁사상을 알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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