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석탄공사 사장과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등 공기업 부정비리 혐의자 10여 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법처리를 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엊그제 발표한 31개 공기업ㆍ공공기관 예비조사 결과는 해도 너무했다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석탄공사는 허위문서까지 만들어 부도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에 2,200여 억 원을 쏟아부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신입 사원을 뽑으면서 면접과 필기시험 점수를 멋대로 조작해 탈락자들을 합격시켰다. 한국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아예 직원 명의로 통장을 만들고 거래업체들로부터 뇌물(1억2,000만원)을 받아 임원들이 평일에도 골프를 치는 데 써왔다니 기가 막힌다.
예비감사 결과가 이 정도라면 본감사에서 얼마나 더 충격적인 문제가 드러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공기업들이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아 국가가 보장하는 독점적인 사업을 하면서 임직원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안일한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나태와 해이, 무신경이 판을 치고 그 결과가 범죄적 행위로까지 번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기관장과 감사 등을 코드 낙하산 인사로 채우면서 이런 비판에는 귀를 막다시피 했다.
그 사이 공기업 직원은 예비 신랑신부들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서 대기업이나 교사를 제치고 공무원과 함께 1위로 올라섰다. 임금 수준은 대기업 또는 그 이상이고 60세까지 신분보장이 철저하니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한국행정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가 정한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답한 공기업 직원은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반면 ‘매우 쉽다’거나 ‘대체로 쉽다’고 한 응답자가 54.5%나 됐다.
일각에서 이번 감사를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버티고 안 나가는 기관장들을 쫓아내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실태가 이 지경이라면 그런 해석은 오히려 한가하게 들린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 및 개혁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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