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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3/ 피아 구분없는 희한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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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3/ 피아 구분없는 희한한 선거

입력
2008.03.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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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후보 등록이 26일 마감됨에 따라 27일부터 공식 선거전이 개막된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각 당 지도부는 27일 각각 서울, 충청 등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할 예정이다.

선거 열전이 시작됐지만 유권자들은 피아(彼我)조차 구분되지 않는 혼돈의 선거판에서 후보자 면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얼마 전 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가 적이 돼 맞붙는 구도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정당 정치는 사라지고 세력간 힘겨루기만 난무해 생긴 현상이다.

보수 진영은 사분오열됐다. 이명박 대통령 세력이 중심이 된 한나라당,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연대와 영남권의 친박 무소속 연대, 그리고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 등이 보수표를 겨냥해 출전했다.

선거양상은 과거에 전례가 없이 희한한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남고 친박 낙천자들은 탈당해 박 전 대표를 앞세워 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당 지원유세에 참여하지 않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당 밖의 친박 출마자들을 돕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혼돈은 이명박 대통령측의 주류 교체 시도로 공천 원칙과 기준이 무너진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당 내부에서는 “겨우 자리잡아 가던 공천 시스템이 이번에 일거에 무너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를 빌미로 친박연대라는 기형적 정당을 만들어 출마한 친박 세력이나 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박 전 대표도 원칙을 무너뜨리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 아들인 김홍업 의원이 호남에서 잇달아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과 전선을 형성했다. 민주당의 ‘쇄신 공천’도 명분을 확보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상수, 이호웅, 신계륜 전 의원 등 당에 기여도가 높은 인사들이 탈당, 민주당과 전선을 형성하는 구도가 생겼다. 아울러 공천을 당에 기여한 바 없는 외부인사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결국 4ㆍ9 총선은 여야, 또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세력 대 세력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정책과 이념, 가치에 따른 여야의 차별성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고 여야 모두 내부 싸움에 골몰해 있다. 그 사이 안정론 대 견제론, 새 정부 심판론 등의 논점도 흐려지는 양상이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각 세력들이 앞 다퉈 후보를 내놓았지만 왜 우리를 뽑아야 하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막 움트는 듯 했던 책임 정당정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각 정당이 확실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최선의 공천을 하고 그 후보들이 당당하게 정책과 쟁점 대결을 펼치는 총선은 서글프지만 아직도 멀게 느껴진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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