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통일부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우려를 자아냈으며 그런 비판과 우려에 깊은 책임을 느낀다.”
26일 통일부 업무보고는 이렇게 시작됐다…김하중 장관의 자아 비판과 자성으로. 새 정부가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와 다른 각도에서 대북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하니 새 장관도 과거의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고백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심사를 영 불편하게 한다.
김하중은 누구인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으로 DJ의 신임이 두터웠고 노무현 정부 말까지 중국대사를 역임했다. 그가 두 정권을 거치며 대북 포용정책에 깊숙이 관여했고 그 실천의 현장인 중국에서 열심히 뛴 것을 다 안다.
2001년 3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로 돌아가보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던 그는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 해 말 주중 대사에 취임할 때는 “대북 포용정책의 성공에는 중국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햇볕정책의 전도사였다.
다시 요즘으로 돌아와보자. 그는 새 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10일)에서 “대북 포용정책은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방법과 속도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슬며시 말을 바꾸더니,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대놓고 비판을 한 것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나는 직업외교관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방침을 정하면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관료들은 영혼이 없는 것일까. 세상 이치가 그렇다지만 정권 따라 철학과 사고마저 바뀌는 걸 보는 것은 왠지 입맛이 쓰다.
염영남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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