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두 번 우려먹은 R&D센터 유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두 번 우려먹은 R&D센터 유치

입력
2008.03.26 22:47
0 0

지식경제부가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해외 연구ㆍ개발(R&D)센터 유치 사례로 발표(본보 3월26일자 17면 보도)한 독일 정보기술(IT) 기업 SAP의 국내 R&D센터 설립은 국민들을 우롱한 한 편의 코미디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AP는 2005년 10월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국내 R&D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정통부도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의 해외 R&D센터 유치”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2006년 1월 말 명칭에 걸맞지 않게 13명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연구인력으로 출발한 ‘SAP코리아 로컬 R&D센터’는 2008년까지 약 90억원을 들여 전자태그(RFID) 등 유비쿼터스 기술, 한국형 솔루션 등을 연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동안 이렇다 할 기여를 못해 ‘무늬만 R&D센터’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러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슬그머니 새로운 R&D센터 설립을 발표한 것이다. 결국 여기에 자금 지원까지 약속한 지경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외국기업 행태에 들러리를 선 꼴이 됐다.

SAP는 25일 새 R&D센터인 ‘SAP R&D센터 코리아’를 설립하며 기존 R&D센터에서 ‘R&D센터’라는 명칭을 떼어냈다. 기존 R&D센터는 한국지사의 단순 연구조직으로만 남는다. SAP코리아 측은 “명칭이 같으면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간판을 옮겨 달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기존 R&D센터를 유치하며 정부가 기대했던 선진기술 습득과 국내기술의 해외 진출도 새 R&D센터에서 담당할 예정이어서, 기존 R&D센터는 거창한 출발과 달리 소리없이 막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

기존 R&D센터에 대한 성과 점검 없이 유치실적 발표에만 급급한 정부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경부는 이번 SAP의 새 R&D센터 설립을 새 정부의 성과로 포장했으나, 실은 1년 전 참여정부 시절에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해 온 일이다. 당시 산자부도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정통부와는 별개로 SAP와 R&D센터 유치를 추진했었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들의 R&D센터의 경우 요란한 발표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과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SAP의 R&D센터는 지경부가 코트라를 통해 8억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만큼 철저한 실적 점검이 필요하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