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시총)은 기업가치의 바로미터. 국내 증시에 상장한 업체만 1,781곳(거래소 753, 코스닥 1,028곳)인데, 이중 시총 상위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영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코스닥시장엔 시총 순위 다툼이 있었다. NHN 하나로텔레콤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업체들이 포진한 '코스탁 시총 10걸'에 새로 등극한 생소한 업체가 있다.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미팜이다.
코미팜은 25일 시총 10위에 처음 등극한데 이어 26일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사이 지난해 말 시총 7위의 SK컴즈는 15위로 주저앉았다. 영광과 몰락이 동시에 진행된 셈. CJ홈쇼핑(14위) 하나투어(20위)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총 10걸을 거머쥔 코미팜의 정체와 경쟁력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코미팜 주가는 지난해 10월 2만6,000원대에서 반년 만에 8만원대로 올라섰다.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미팜(옛 한국미생물연구소)은 1972년 동물용 백신과 치료제, 바이오 비료 등의 제조, 유전자 검사 등의 연구용역으로 출발했다. 최근엔 백신 제조 기술력을 인정 받아 먹는 항암제(코미녹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등은 코미녹스와 관련한 논문이 세계 암전문 학회지에 실린다는 호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논문 내용은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코미녹스의 우수성과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 상승추세는 '명예 회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양용진 코미팜 회장은 사기 및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지난해 10월에야 총 8개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시장은 코미팜이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자신감을 회복한 코미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전이암에 대한 특허출원, 임상시험 신청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양 회장이 21일 경기 시흥시 본사에서 가진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시를 위반할 수 없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좋은 일이 많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냉정하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판단 유보' 입장. 심증(주가 상승세)은 가지만 물증(확실한 실적이나 객관적 자료)이 없다는 것이다.
백진우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미팜 같은 바이오 테마주는 '꿈을 먹는' 주식이기 때문에 합리적 전망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기대만 가지고 단기적으로 접근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바이오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판단하기 힘든 종목이고 아직 축적된 자료도 없다"며 "반짝 떴다가 스러지는 사례가 코스닥에선 빈번한 만큼 일반인이나 문외한은 쉽게 손을 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코미팜의 시총 10걸 등극이 '며칠 천하'로 끝을 맺을지, '진정한 강자'로 굳히기를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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