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이 대만에 헬리콥터 배터리 대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폭장치를 잘못 보낸 것이 2년만에 밝혀져 미군 핵무기 관리체계의 큰 허점을 드러냈다. 문제의 전자 기폭장치는 핵분열 물질은 아니지만 핵탄두가 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게 하는 데 쓰이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조지 W 부시 미 정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마이클 윈 공군장관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니트맨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머리 부분에 장착되는 원추형 기폭장치 4대가 실수로 대만이 당초 주문한 헬리콥터 배터리 대신 보내졌다"며 미 공군의 잘못을 시인했다.
미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이 사실을 부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했으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중국의 지도자들에게도 '미군의 실수'를 통보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6년 가을 이 같은 일이 생겼는데도 1년에 4차례나 실시하는 재고조사에서 아무런 시정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미군은 대만측이 헬리콥터 배터리를 받지 못했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관련된 사안을 추적했고 지난 주에야 중대한 실수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기폭장치들은 와이오밍주와 유타 주의 공군기지를 거친 뒤 컨테이너에 담겨져 대만에 보내졌었다. 미군 당국은 잘못 보내진 기폭장치가 컨테이너에 방치돼 있다가 모두 회수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더 이상의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에 배석했던 라이언 헨리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은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 전면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은 이번 사건이 미사일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조약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대만이 기폭장치에 손을 댄 것으로 밝혀질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말 장거리 폭격기인 B-52기가 핵무기를 장착한 줄도 모른 채 36시간 동안 북부 노스다코타주에서 남부 루이지애나주까지 미 본토를 종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이후 또다시 불거진 것이어서 미군의 허술한 핵무기 안전관리 실태는 적잖은 국제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미 공군 공중전투사령부(ACC)에서 발생한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례는 2001년 이후 지난해 9월27일까지 모두 237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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