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만 발병하는 전립선암은 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갑상선암과 함께 ‘순한 암’으로 알려져 왔다. 폐암, 췌장암 등 다른 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치료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아산병원이 우리나라 남성에게 생기는 전립선암이 미국 등 서양과 달리 악성도가 더 강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들은 “전립선암도 암인 만큼 치료를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0대 이후 매년 검진이 필수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호르몬 기관으로 방광 바로 아래에 붙어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무게는 20g 정도이며 호두알만한 크기로 정액 일부를 생산한다.
전립선암은 청ㆍ장년기에는 드물고, 대부분 50세 이후 발병하며 나이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전립선암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 암 발생률 1위이며,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다. 국내에서는 남성암 중 10위권 밖에 있었지만 식습관 서구화와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발생률 8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립선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종, 종족, 가계에 따라 발생 빈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전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류나 고지방 음식을 선호하는 식생활도 전립선암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50대 이후에 매년, 가족력이 있으면 40대부터 매년 직장수지(手指) 검사와 전립선특이항원 검사(PSA)를 받는 것이 좋다. 직장수지검사는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검사로 딱딱한 게 만져지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PSA는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에만 있는 효소 수치를 측정하는 것인데 본인 부담금은 1만~2만원이다. 전립선암이 진단되면 나이, 건강 상태, 암의 병기(病期)에 따라 다빈치 로봇 수술, 방사선 치료, 냉동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국내에서 다빈치 로봇 수술 최다기록(전립선암 수술 250건, 다른 로봇 수술 50여건)을 보유한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최근 다빈치 로봇 수술 사례가 늘면서 주변 신경을 다치지 않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져 부작용이 거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국인 전립선암 과연 독한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팀은 “1990~2007년 18년 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 1,156명을 분석한 결과, 75.7%에서 나쁜 독성 암세포를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23~44.1%, 일본 56.1%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한국 남성이 걸리는 전립선암이 ‘독하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한국 남성이 서양 남성보다 전립선암에 걸렸을 때 생존율이 낮고 진행이 빠른 이유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일보는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강남성모병원, 국립암센터 등 주요 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암의 강약을 알 수 있는 글리슨 점수(GSㆍ수치 7 이상이면 악성 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최근 전립선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326명 중 ‘독한 암’은 234명(72%)였다. 국립암센터도 수술받은 환자 182명 중 독한 암 환자가 117명(64.3%)이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 240명 가운데 절반이 되지 않는 105명(44%)이 독한 암이었고, 56%는 순한 암으로 나타났다.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2001년 1월~2008년 2월에 수술받은 환자 174명 가운데 독한 암 환자는 85명(49%)이었다.
주요 병원마다 전립선암의 ‘악질’과 ‘양질’수준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병원별로 그 병원이 어떤 환자들을 중점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악성도 비율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조기 발견한 암을 최근 많이 수술했기 때문에 글리슨 점수가 높은 환자 비율이 낮을 수 있고, 국립암센터의 경우 주로 다른 병원에서 옮긴 환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홍성후 교수는 “특정 병원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인의 전립선암이 독하다고 하거나 순하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도 “암세포 분화도는 평가 기준이 예전과 변한 부분이 있고, 한 병원의 소수의 병리과 의사들이 매기는 점수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학회 차원에서 통계를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글리슨 점수 7 이상을 악성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글리슨 점수가 5점이나 6점도 악성”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예방할까
최근 전립선암에 대한 관심 증가로 PSA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기 진단 환자도 많아졌다. 하지만 전립선암을 ‘자비로운 암’으로 치부해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는 “전립선암 세포의 분화도가 더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더 적극적인 조기 진단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동물성 고지방식을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카로틴 성분이 풍부한 호박, 당근, 시금치, 상추, 아스파라거스 등과 같은 녹황색 야채를 자주 섭취해야 한다. 된장, 두부, 청국장 등 콩이 많이 함유된 식품도 예방에 좋다.
감귤에 들어 있는 페릴릴 알코올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양념으로 사용되는 마늘과 양파도 권장된다. 녹차도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의 DHA와 EPA 성분도 전립선암 세포 수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전립선암 전문의들은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는 비록 순한 암이지만 치료를 소홀히 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 전립선암 예방 10대 원칙
1. 소변을 지나치게 참지 말 것
2. 더운 물에 좌욕을 자주할 것
3. 과도한 음주, 피로는 피할 것
4. 건전하고 적절한 성생활을 할 것
5. 배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 복용 시 주의할 것
6.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7. 과일, 채소,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할 것
8. 지방과 칼로리를 제한할 것
9. 배뇨 장애나 혈뇨가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할 것
10.50세 이후에는 매년 전립선암 검진을 받을 것
<자료: 대한비뇨기과학회>자료:>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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