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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가 보존회장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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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가 보존회장 피살

입력
2008.03.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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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6시15분께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관리동 옆 공부방 앞에서 생가보존회 김재학(81) 회장이 강모(27ㆍ에어컨 설치보조 기사)씨가 휘두른 흉기에 머리 등을 맞아 숨졌다.

경찰에 신고한 김모(50ㆍ구미시 남통동)씨는 "아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영정을 모셔둔) 추모관을 관람하던 중 벌거벗은 남자가 피 묻은 옷을 통에 담아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가 보니 김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27분께 사건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공터에서 벌거벗은 채 도망가고 있던 강씨를 검거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노인(김 회장)이 '관람 시간(오후 5시30분)이 지났으니 나가라'고 해 화가 나서 죽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가 두달 전부터 일해온 에어컨 설치업체 대표가 "강씨가 25일 자신의 차량에 있던 쓰레기를 책상 위에 잔뜩 쌓아 놓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 집에서 하루 쉬라고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강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정치적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어떠한 진술도 나오지 않았다"며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은 강씨의 우발적 살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생가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녹화 내용을 조사한 결과 강씨는 김 회장의 옷을 벗긴 뒤 내의로 손발을 묶고 살해했다.

숨진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서 태어나 10여년 선배인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성장했다. 김 회장은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뒤 1980년대 초반 생가보존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아 생가를 관리해왔다. 또 매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추모회를 주관해 왔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박 전 대통령 유족들은 김 회장을 가족처럼 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구미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 회장 피살 소식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정현 공보특보가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뒤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며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이 대구ㆍ경북 지역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구미=전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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