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에스키벨 / 민음사
무미건조한 책읽기에 지칠 때면 가끔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를 집어들고 아무곳이나 펼쳐 읽는다. 달콤한>
“입 안에서 녹아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달콤하다거나 쓰다는 말도 맞지 않아. 그런 걸 넘어선 맛이야.” 무스 쇼콜라를 먹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주인공이나, 삼계탕을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맛’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어떤 깊숙한 곳을 집요하게 파고 드는 작가의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실제 맛보지 않더라도 요리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슬슬 기운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왜 요리가 소설이 될까.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의 욕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소재다. ‘요리소설’도 이제는 소설 분류의 당당한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멕시코 여성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58)이 1989년 발표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도 ‘성과 음식’을 주제로 새로운 페미니즘 문학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요리소설이다. 달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가지씩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혹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 등 멕시코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형식, 요리책처럼 쓴 소설이다. 달콤>
1910~30년대의 멕시코, 집안의 전통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한 여주인공 티타와 언니의 남편이 된 그 남자 페드로와의 22년에 걸친 사랑의 이야기다. 티타에게는 요리를 하는 부엌이야말로 자신의 세계이고 미래다.
그녀가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마법 같은 음식은 때로는 눈물을 일으키고, 때로는 최음제가 되며, 때로는 향수와 추억의 매개가 된다. 작가는 유머러스한 필치로 요리와 욕망의 서사를 펼친다.
국내에는 1992년 만들어진 동명 영화로 먼저 알려진 이 원작 소설은 2004년에 번역됐다. 세계 33개 언어로 출판돼 45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인종과 지역은 달라도 인간의 오감은 공통적인 모양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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