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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거함 '경매'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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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거함 '경매' 시작됐다

입력
2008.03.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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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이 마침내 스타트를 끊었다. 자산만 8조원에 이르는 이 거함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재계 서열마저 요동칠 것으로 보여, 대기업들의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지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해양 지분매각을 위한 작업을 개시했으며 조만간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각각 31.3%와 19.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8월까지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수대금은 얼마?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매각 가격. 김영기 산은 이사는 "대우조선의 수주물량 등을 고려해 볼 때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은 만큼, 주가가 좋지 않더라도 본질적 기업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꽤 비싼 값을 받겠다는 의미다.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26일 기준 6조9,800억원이다. 산은과 자산관리공사를 합친 지분이 50.4%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가로만 최소 3조5,500억원. 여기에 향후 업황 및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적어도 6조원에서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누구의 품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1순위로 꼽히는 기업은 포스코. 지난해부터 이구택 회장, 윤석만 사장 등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였고, 최근엔 컨설팅업체를 통해 검토를 마무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철판을 만들고, 그 철판으로 대우조선은 배를 만들어 환상의 시너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GS그룹도 유력 후보다. GS로선 내수위주로 되어 있는 주력 업종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에너지 관련 선박시장 및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GS칼텍스, GS건설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A에 관한 한 국내 최고 노하우를 갖게 된 두산그룹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계열사인 두산엔진이 대우조선에 선박용 엔진을 공급하고 있어 시너지가 큰 데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로 이어지는 '중공업 수직계열화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두산이 인수에 성공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 9위에 올라선다.

중견 그룹인 STX와 동국제강도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 이밖에 중국 조선업계도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현금력을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얘기도 나오지만, 대우조선 보다는 현대건설쪽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잠복된 갈등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매머드급 M&A 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현대그룹 정통성'을 걸고 벌써부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반도체, 그리고 자원개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매각이 한꺼번에 집중될 경우 가격이 낮아지고 정치적 쟁점화될 수도 있어 총선이 지나야 매각 시기 등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이날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발표를 강력 비난하는 등 채권단내에서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외환은행측은 "현대건설에 대해선 산은(2대주주)이 옛사주 책임론을 들어 매각을 지연시키면서 정작 자신들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빨리 팔아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측은 산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내달 초부터 현대건설 매각작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두 은행간 마찰이 예상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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