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주의’, ‘공기방울 세탁기’ 등으로 유명했던 가전업체 대우일렉이 재기에 나섰다.
1980년대 ‘대우전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가전업계의 강자로 군림했던 대우일렉은 대우사태로 위기를 맞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까지 몰렸다. 지난해 비디오콘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실패하면서 임직원 1,530명을 감원하고 일부 공장을 매각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픔도 겪었다. 대우일렉 채권단은 최근 사모펀드 모건스탠리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재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일렉이 기업 회생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뽑아 든 카드는 시스템 에어컨과 설치형 붙박이(빌트인) 가전이다.
대우일렉 이승창 사장은 25일 서울 리츠 칼튼 호텔에서 사업설명회를 갖고 기업 시장을 겨냥한 시스템 에어컨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사무실 등에 수십 대 이상 설치하는 시스템 에어컨은 올해 시장 규모가 1조3,5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앞서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어 파고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우일렉이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2~3년 내 시장 규모가 2조원 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일렉은 업계 최초로 대여 서비스를 통해 틈새 시장을 뚫을 방침이다. 전체 가격의 10%만 지불하고 90%는 24개월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시스템 에어컨이 최소 1,000만원에서 수십 억원을 호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찮은 조건이다.
빌트인 가전 사업에도 진출한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LG전자와 손잡고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으로 구성된 ‘홈씨엘’이라는 이름의 홈네트워크 사업을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건설사들과 연계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 시장은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초기 진입 단계인데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은 외국만큼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빌트인 가전은 일반 가정용 판매제품보다 30~50% 가격이 비싸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대우일렉이 시스템 에어컨과 빌트인 가전을 신규 전략사업으로 정한 것은 종합 가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다. 현재 대우일렉은 전체 매출의 80%를 수출로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대우일렉의 7개 생산품목인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기청소기, 전자레인지, DVD플레이어가 수출에 치중한 가정용 단품인 탓에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대우일렉 입장에선 기업 회생 및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종합 가전의 결정체인 빌트인과 시스템 에어컨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수출에 비해 비중이 낮은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들어 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우일렉의 인지도 향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올해 시스템 에어컨 사업에 주력해 2010년 국내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국내 성장을 발판으로 장차 시스템 에어컨의 해외 수출에도 앞장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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