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11) 우예슬(9)양 유괴ㆍ살해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 안양경찰서 수사본부는 25일 “왜곡된 여성관을 갖고 있는 정모(39)씨가 약물에 취해 어린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과 정씨 신병을 수원지검으로 송치한 뒤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 렌터카 주행거리 등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남아 있어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박종환 안양경찰서장은 이날 발표에서 “정씨가 부모 이혼으로 계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마음에 둔 여성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실연당한 후 여자에 대한 멸시와 타인에 대한 증오가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1 때 부모가 이혼한 뒤 계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언제나 버려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았고, 교제하던 3명의 여성에게 실연당한 후 여자에 대한 경멸감이 생겼다”고 진술했다고 박 서장은 전했다.
박 서장은 “이 같은 성향의 정씨가 지난해 12월 25일 본드를 흡입하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담배를 사러 가다 마주친 이양 등이 모멸감을 준다고 착각해 강제로 데려가 성추행한 후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주택가에서 정씨가 어떻게 반항하는 어린이 2명을 집으로 데려가 차례로 살해할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더구나 정씨가 어린이를 데려가고, 성추행하는 동안 고함이나 비명 소리조차 들은 주민도 없는 상태다.
정씨가 살해한 이양을 호매실IC 인근 야산에 암매장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우양의 시신을 싣고 다시 시흥시 군자천에 가서 유기했다는 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범행을 은닉하려면 이른 시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또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렌터카 주행거리(179㎞)에 따라 정씨의 동선을 억지로 짜맞췄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계모 슬하에서 성장하고 교제 여성으로부터 실연을 당한 것이 사건의 원인이라지만 이 역시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여성에 대한 모멸감이 어린 초등학생에 대한 성추행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경찰은 이에 대해 “10일 간의 수사기간으로 모든 것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부족한 부분과 공범 및 여죄가 있는 지에 향후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지검은 형사3부 검사 5명으로 수사본부를 구성 피의자 정씨에 대한 신문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차차 나머지 부분도 조사할 계획”이라며 “부족한 증거를 확보해 안양 사건의 실체를 증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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