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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 늘려도 모자랄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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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 늘려도 모자랄 판에…

입력
2008.03.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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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내건 이른바 ‘시장주의 교육 철학’이 구체화할 조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열고 시도 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의 10%를 절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영어공교육 강화,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등 새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 추진에 필요한 돈을 지방교육 재정에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날‘협조’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일방적 ‘통보’나 다름없었다는 게 부교육감들의 반응이다. 교과부는 절감 실적을 예산지원과 연계시키고, 28일까지 예산절감계획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교과부는 회의에서 예산 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항목과 비율까지 제시했다.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한 인건비, 행사ㆍ홍보ㆍ혁신 등에 사용되는 경상비, 각종 사업비 등 사업 유형별로 예산을 10%씩 줄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예산절감 추진기획단 구성도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 대해 시도교육청과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지방 교육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은 중앙 정부가 내려보내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시도별로 충당하는 지방자치단체전입금, 학생 수업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인건비 등 불요불급한 경직성 경비가 80%나 된다. 교과부는 경직성 경비 26조원을 제외한 4조원의 10%인 4,000억원 가량을 절감 예산으로 잡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지방 교육 재정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시ㆍ도교육청에서 발행한 지방교육채만 2조5,367억원에 달하고, 매년 그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결국 10%라는 숫자를 맞추려면 학교 신설이나 교실 증축, 학교운영비 등 교육환경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을 쥐어짤 수밖에 없어 학생 복지 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아직도 연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전기료 때문에 난방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수두룩하다”며 “국가차원의 교육 예산 증액은 검토하지 않고 지방의 쌈짓돈만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전형적인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국가 정책으로 인한 혜택이 지역별로 다를게 분명한데도, 전체 지방 예산을 일률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천차만별인 시도별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예산 감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병걸 교과부 교육복지기획과장은 “올해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20%로 올라 지방재정 여건도 많이 개선됐다”며 “시도별 계획을 받아본 후 추가 예산 편성을 검토할 예정이어서 정책 추진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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