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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혜진이 예슬이가 도왔다는 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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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혜진이 예슬이가 도왔다는 경찰 수사

입력
2008.03.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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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개운하지가 않다. 범인은 잡았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발생 91일 만인 어제 ‘안양 초등생 유괴 살해사건’의 수사를 종결한 경찰은 범인 정씨가 어떻게 아무도 몰래 주택가 골목길에서 두 어린이를 한꺼번에 납치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다가구주택인 자기 집에서 몰래 시신을 훼손하고 각각 다른 장소에 유기할 수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더구나 정씨가 2004년 실종된 군포 40대 여성을 살해했다고 추가로 자백했지만, 경찰은 직접적인 물증을 찾는 데도 실패했다.

경찰은 “10일이라는 짧은 수사기간의 한계”라고 변명했지만, 애초부터 수사는 허점투성이였다. 오죽했으면 수사를 맡은 한 경찰관이 이를 자책하는 글을 남겼을까. 어린이 성폭행, 유괴사건의 범인 상당수가 이웃사람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제주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범인도 50m 떨어진 과수원에 사는 40대 남자, 2006년 2월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범인 역시 같은 동네 신발가게 주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아이들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곳에 사는 범인 정씨에 대한 수사에 소홀했다. 범인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된 렌터카 대여자 목록을 뽑아 놓고도 한 달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11일 혜진양의 시신이 1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자 비로소 정씨 이름을 찾아내 행적을 확인했다. 범인을 코앞에 두고 80일 넘게 경찰 2만5,000명과 수색견, 헬기까지 동원해 안양 일대 야산이라는 야산은 다 뒤지는 ‘과시용 ‘ ‘헛다리’ 수사를 계속한 셈이었다.

검거 후의 수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구체적 물증을 찾지 못한 채, 자백에만 의존해 오락가락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비록 사건 자체는 검찰로 넘어갔지만, 경찰 역시 약속대로 철저한 후속 수사를 통해 모든 의문점과 추가범죄를 밝혀내야 한다. 어린이 유괴사건의 예방은 물론 전국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우선이지만,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을 치밀하고 과학적 수사로 보여주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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