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에 휘몰아치는 ‘박풍(朴風)’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지원 유세를 거절하고 대구로 내려가 사실상 친박 탈당 의원들을 지원하는 행보를 하면서 한나라당의 영남 상황판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후보 등록 첫 날인 25일 박 전 대표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방문한 장면은 영남 판도가 앞으로 얼마나 요동칠 지를 예고했다.
당원과 지지자 1,000여명이 몰려 ‘박근혜’ ‘박근혜’를 연호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친박 무소속 출마자들은 앞에서, 한나라당 출마자들은 뒤쪽에서 박 전 대표를 영접했다. 이 그림은 대구 경북에서는 ‘박풍’의 위력이 상당하며 그 바람을 우선적으로 타는 출마자들은 친박 무소속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친박 무소속 연대의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인기(고령ㆍ성주ㆍ칠곡) 김태환(구미을) 의원, 정해걸(군위ㆍ의성ㆍ청송) 전 의성군수, 권영창(영주) 전 영주시장, 그리고 친박 연대에 입당한 박종근(대구 달서갑) 의원, 한나라당 소속인 유승민(대구 동을) 김성조(구미갑) 의원과 이재순(구미을) 후보 등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기류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풍’의 파괴력이 나타나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 남을에서 정태윤 한나라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고 이인기, 김태환 의원도 각각 자기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석호익 후보와 이재순 후보보다 4~6%포인트 앞서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대구 달서을에서도 이해봉 후보가 한나라당 권용범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고 부산 서구의 유기준, 사하갑의 엄호성 의원도 한나라당 후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박풍’은 정당지지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4일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가 한나라당 36.7%, 민주당 15.6%, 친박 연대 5.6%, 자유선진당 4.5% 순으로 나타났다. 불과 며칠 전 출범한 친박 연대가 3위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5%대는 높지 않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2~4석 얻을 수 있는 수치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