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가 통상 1년여 걸리는 도시계획 변경을 6시간여만에 파격 승인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과 행정절차간소화 정책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가 사전 협의를 끝낸 후 최종 승인하는 절차만 남겨 놓은 채 진행한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주시는 25일 오전 9시께 이화여대가 제출한 파주캠퍼스 사업시행 승인신청을 검토한 뒤 오후 3시30분께 ‘사업을 시행하면서 법적인 후속절차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승인 고시했다고 밝혔다. 통상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 사업승인을 받고 착수하기까지 15개월씩 걸리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파격이다.
시가 실시계획 승인 전에 사업 승인을 먼저 내줄 수 있었던 것은 주한미군공여구역주민지원특별법에 따라 단체장이 사업시행 승인을 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2006년 캠퍼스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이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이견을 조정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이날 가장 먼저 승인신청 서류에 결재했다. 통상 담당자→팀장→과장→국장→부시장→시장으로 연결되는 결재라인과는 반대였다. 유 시장은 “사업자 편의를 봐주면 특혜의혹이 제기돼 공직자들이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현 실정”이라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이 먼저 결재했다”고 밝혔다.
이대는 사전 시행승인을 받음에 따라 토지매수 등의 절차를 바로 진행할 수 있어 8개월 뒤 캠퍼스를 착공, 2010년 3월에 부분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대는 월롱면 캠프 에드워드(23만㎡)를 포함, 총 84만㎡의 부지에 2019년까지 강의실 등 대학건물 46개동 등 교육ㆍ연구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법과 규정에 얽힌 행정절차 때문에 생기는 경쟁력 상실 등의 기회비용을 없애기 위해 절차에 앞서 사업승인을 내주는 발상의 전환을 택했다”면서 “앞으로도 공공성이 강한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에 사업승인을 내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번 승인은 지자체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진행할 때에만 가능한 특수 사례이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사업자는 “파주시와 이대가 교육ㆍ연구단지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태스크포스를 구성, 사업추진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까지 사전에 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경우에 얼마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전 사업승인이 충분한 준비가 없는 사업자에도 적용될 때에는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원칙과 기준이 명시되지 않으면 특혜를 주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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