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K가 ‘공공의 적’이다.
2008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린 2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두산 김경문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 등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있냐’는 질문에 저마다 “SK만은 꼭 이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이 “누구를 이기겠다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SK를 이기겠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삼성만은 이기겠다”던 상대 감독의 말에 껄끄러운 표정이었지만 올해는 홀가분하게 SK 필승을 외쳤다. SK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삼성 선 감독과 두산 김 감독은 SK 타도를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LG 김재박 감독과 KIA 조범현 감독도 마찬가지.
1년 만에 도전자에서 챔피언이 된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특별히 이기고 싶은 팀은 없다. 매 경기 열심히 하겠다”고만 했다. “SK를 타도 대상으로 삼을 줄 예상했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4번타자 이호준은 “다들 SK를 이기고 싶다고 하지만 (우승)반지를 쌍가락지로 끼는 게 올해 목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김치와 깍두기도 구별하지 못하는데 상대팀 전력을 파악했겠냐”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롯데 정수근은 “선수들도 이기고 싶은 팀을 말할 기회를 달라”며 발언권을 얻은 뒤 “밥 먹고 야구만 한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연습을 정말 많이 한 팀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SK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히어로즈 송지만은 색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다른 팀 선수들이 너희 성적이 좋으면 안 된다고 말하곤 한다.” 송지만은 “그러나 우리는 올해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못하면 연봉이 얼마나 깎일지 모른다”는 송지만의 설명에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신생팀 히어로즈의 비애 때문인지 곧 쓴 웃음으로 바뀌었다.
프로야구는 오는 29일 인천(SK-LG)을 비롯해 잠실(두산-우리), 대구(삼성-KIA), 대전(한화-롯데)에서 일제히 개막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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