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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입취지 무색한 각당 비례대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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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입취지 무색한 각당 비례대표 선정

입력
2008.03.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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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지역 대표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즉 직업군별 대표(직능대표)나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국회로 보내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며,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소외계층을 배려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런 취지에 비춰 이번에 각 당이 확정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을 뜯어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노력한 흔적은 있다. 한나라당이 비례대표 1, 2번을 소외계층에 할당하고 민주당이 전문성을 갖춘 여성을 1번에 배치한 것은 소외계층 배려와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다. 또 두 당이 각각 취약지역인 호남과 영남 출신 인사 상당수를 당선권에 배치한 것은 나름대로 지역구도 완화를 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외관을 넘어 내막을 들여다보면 논공행상성 공천, 계파 간 나눠 먹기, 실세의 자기 사람 심기 등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 당선 가능권에 문화예술계 인사는 한 명도 없다.

한나라당은 친 이명박계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을 대거 당선권에 배치했다. 대선 후보경선과 본선에서 공을 세웠다는 점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인사가 적지 않다. 논공행상성이 강했다는 증거다. 한나라당 공천파동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본질인 ‘친이 세력’ 강화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나을 게 없다. 일부 전문성 배려를 제외하면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 간 나눠 먹기라는 것 외에 달리 평가하기가 어렵다. 주가조작 혐의로 논란을 빚은 인사가 상위권에 배치되고 정치판에서 닳고 닳아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는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권에 안착한 것도 나눠먹기의 결과다. ‘박재승 쿠데타’로 상징되는 공천 혁명은 빛이 크게 바랬다.

비례대표제가 칼자루를 쥔 당 지도부나 유력자의 자기사람 챙기기에 머문다면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당내 역학 등 정치현실을 전혀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비례대표제가 이런 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이번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비례대표 공천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것을 차기 국회에서 주요 정치개혁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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