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로 연못을 금방 아이스링크로 만들어 연인과 스케이팅을 즐기던 낭만파 초능력자 아이스맨, 마른 하늘에도 날벼락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날씨에 관한한 전지전능한 스톰. 세계적으로 총 12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벌어들인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당분간 이들을 스크린서 만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엑스맨>
현재 제작중인 2편의 <엑스맨> 시리즈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특정 캐릭터의 과거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맨>
속편 같지 않은 속편이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할 태세다. 한 영화의 특정 캐릭터를 따로 떼내 독립된 시리즈를 이어가는 ‘스핀 오프’(Spin off)와 전편의 시간을 거슬러 캐릭터의 탄생과정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 ‘프리퀄’(Prequel)의 결합이 할리우드의 신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특정 캐릭터의 ‘독립만세’
스핀오프는 한 회사를 분할해 자회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용어에서 비롯됐다. 대중문화에서는 특정 영화나 만화, TV드라마에서 알짜배기 캐릭터를 독립시켜 창조한 새로운 콘텐츠나 그 생성과정을 의미한다. <배트맨2> 에선 일개 조연에 불과했던 캣우먼 캐릭터를 주연으로 승격시킨 <캣우먼> 시리즈,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꿈속 살인마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시리즈의 살인광 제이슨의 맞대결을 주선한 <프레디 대 제이슨> 시리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프레디> 나이트메어> 캣우먼> 배트맨2>
우리 말로 굳이 번역하면 외전(外傳). 속편은 속편이되 정통 속편은 아님을 의미한다. 프리퀄은 접두사 ‘Pre’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리즈의 큰 틀은 그대로 인 채 내용만이 과거로 회귀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편과 <엑스맨 2> , <배트맨:비긴즈> 가 대표적이다. 배트맨:비긴즈> 엑스맨> 스타워즈>
스핀오프와 프리퀄의 결합을 꾀한 대표적인 작품은 <엑스맨 오리진스:울버린> 과 <엑스맨 오리진스:마그네토> ,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후속 격인 <호빗> 을 들 수 있다. 호빗> 반지의> 엑스맨> 엑스맨>
두 편의 <엑스맨 오리진스> 는 다종다양한 캐릭터들의 전시장이었던 전편과 달리 울버린과 악당 마그네토 1인의 알려지지 않았던 옛 시절의 굴곡진 삶에 각각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호빗> 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도입부서 등장한 프로도의 삼촌 빌보의 젊은 시절 모험담을 그리며 <반지의 제왕> 의 시원을 탐색한다. 반지의> 반지의> 호빗> 엑스맨>
익숙함과 낯섦의 조화 노려
할리우드는가 최근 스핀오프와 프리퀄의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그 밥에 그 나물’식인 시리즈물의 식상함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시리즈물의 인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의 기대치를 크게 배반치 않으면서 과거라는 낯선 배경을 도입, 신선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속편인척 호객행위를 하면서 차별성을 내세워 흥행몰이를 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새로운 시나리오창작의 어려움이 스핀오프와 프리퀄을 양산하고 있다”며 “특히 스핀오프는 캐릭터 산업 등 부가가치 시장확산까지 노릴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핀오프와 프리퀄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에도 1980년대 에로틱 코믹 사극의 간판 <변강쇠> 의 프리퀄을 자처하는 <가루지기> 가 5월 스크린을 찾는다. 변강쇠가 젊은 시절 전국적인 대물로 인정 받기까지의 과정을 웃음으로 풀어낸다. 변강쇠와 음양 조화의 짝패를 이루던 옹녀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핀오프의 성격도 살짝 띠고 있다. 가루지기> 변강쇠>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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