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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밀·파스타·돼지고기값 줄인상… 세계가 '食은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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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밀·파스타·돼지고기값 줄인상… 세계가 '食은땀'

입력
2008.03.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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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식료품 가격 폭등의 충격에 휩싸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페루 농민에서부터 달팽이 요리를 즐기는 프랑스인까지 먹거리 값 인상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AP 통신은 24일 유례 없는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식량 배급을 둘러싼 폭동까지 빈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서는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식량 배급을 중단하고 식료품 수당으로 대체키로 하자 빵 값이 35%나 올랐으며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충돌, 7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와 카메룬에서도 이달 들어 식량 폭동이 일어났다. 식량농업기구(FAO)도 최근 기니, 모리타니, 멕시코 등 아프리카와 남미 7개국에서 밀가루 부족으로 폭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주식인 파스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자 서민들이 하루에 옥수수가루 캔 2개로 연명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식량 배급에 의존하는 전세계 7,300만명에게 지급할 올해 식량구입 예산이 5억달러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계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5일 보도했다.

WFP가 전쟁 같은 특수상황이 아닌 시장상황 때문에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WFP 관계자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국제 곡물가격이 55%나 상승했으며 최근 3주간 20%가 추가로 치솟았다”며 “긴급 구호자금이 추가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식량배급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국민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서는 치솟는 파스타 가격 때문에 소비자 단체의 조직적 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버터 가격이 크게 올라 달팽이요리 등 전통 음식 가격이 급등,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소(일본식 된장)와 마요네즈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음식점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1년간 58%가 올랐다.

AP통신은 식료품 가격 급등이 전세계 농업분야 개방의 진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선진국이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던 시절 충분했던 농산물 재고가 수년간의 무역 자유화 물결 속에서 급격히 줄어든 데다 최근 기상이변에 따른 곡창지역의 가격변동을 흡수하지 못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 등 과거 식량수출국이 수출을 속속 통제하면서 상승 폭이 더 커졌다. FAO는 식료품 가격의 강세가 적어도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워싱턴포스트의 기고를 통해 “최근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전세계 10억 명의 빈민이 이전보다 덜 먹거나, 영양가가 낮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전세계에 구호의 손길을 요청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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