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11)ㆍ우예슬(9)양 유괴ㆍ살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두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한 안양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부실수사를 자책하는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안양서 수사본부 소속 경찰관 A씨는 최근 언론사들에 A4 용지 2매 분량의 이메일을 보내 “1차 탐문수사 당시 정모(39)씨가 5일 정도 집을 비운 것을 확인했고 부녀자를 성추행 하려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며 “하지만 ‘(두 어린이) 실종 당일 대리운전을 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대리운전회사는 확인도 안 한 채 수사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정씨가 5일 이상 집을 비운 이유도 확인하지 않았으며, 집안도 육안으로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어 “2개월 뒤 군포, 수원 부녀자 실종사건의 용의자 정씨가 안양8동에 살고 있다고 군포수사본부가 알려와 2차 수사를 했지만 이번에도 집안 수색과 혈흔반응을 실시해 증거가 나오지 않자 또 다시 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A씨는 “3차 수사에서 정씨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된 렌터카 관련 수사도 이미 2월초부터 착수한 것이지만 한 달 동안 렌터카 대여 목록만 뽑아놓고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창피한 이야기지만 (지난해) 12월 25일의 렌터카 대여 명단에서 우연히 정씨 이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정씨의 당일 행적 확인도 안 했다”고 고백했다.
A씨는 “형사들은 ‘지금부터라도 빠져 나오지 못할 증거를 찾자’며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섰지만 경기경찰청 지휘부가 ‘무조건 잡아오라. 다 자백한다’고 다그쳐 긴급체포 했다”며 “증거도 없이 체포해서 자백이 늦어졌고, 하마터면 구속영장도 받아내지 못할뻔 해 담당 검사가 ‘이런 드라마 같은 수사가 어디있냐’고 (조롱)했다”고 밝혔다.
A씨는 “특정 대학 출신 간부들이 ‘지도관’으로 와서 직원들 면박이나 주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며 “이런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부끄럽고, 범인을 일찍 잡지 못한 것도 부끄럽다”고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경기경찰청은 “정씨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으며, 수사 과정이나 영장 신청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부실 수사를 부인했다.
한편 경찰은 25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정씨 신병과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뒤 수사본부를 해체한다. 수원지검은 보강수사를 거쳐 20일 내에 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씨가 군포 전화방 도우미 A씨도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자백을 뒷받침할 물증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수사본부 해체와 상관없이 A씨 사건과 경기 서남부 지역 부녀자 실종사건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우양의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신체 부위를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