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들이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70, 80년대가 문고본의 전성기였다면 90년대 이후에는 장정의 고급화, 판형의 대형화가 출판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알찬 기획과 내용,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작은 책들의 약진이 눈에 띄고 있다.
작은 책 돌풍의 진원지는 유통업계다. 지난해 9월 서적유통회사인 임프린트 코리아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한스미디어) <경청> (위즈덤하우스) 등의 베스트셀러의 판권을 사들여 ‘핸디북’이라는 타이틀의 작은 책(11.7㎝x 17.4㎝)으로 만들어 대형할인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일반 원서적 가격의 60% 정도인 평균 6,000원선. 경청> 대한민국>
20여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00여종의 책을 공급하고 있다. 종당 월 평균 5,000~8,000부 가량 나가고 있으며 연내 300종 가량의 책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형석 임프린트 코리아 대표는 “할인점 뿐 아니라 편의점 진출도 계획하고 있으며 핸디북 시장이 활성화되면 향후 출판시장은 8,000억~1조원 가량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핸디북의 성공에 자극받은 출판사들은 이를 불황타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대형서점과 함께 시장개척에 나섰다. 민음사, 김영사, 해냄 등 50여개 출판사들은 이달 말 교보문고와 손잡고 ‘핸드인 핸드 라이브러리’ 브랜드의 작은 책 시리즈를 내놓는다. 큰 판형으로 출시됐던 책들을 작은 판형(12㎝x 17㎝)으로 바꾼 시리즈다.
상당수가 인문ㆍ교양ㆍ문학 분야의 책들이라 자기계발서ㆍ실용서 위주였던 작은 책 시장의 편향성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익문고는 <논어> , <명심보감> 등 동양고전시리즈를, 민음사는 영 어덜트(YA) 소설시리즈를 이 브랜드로 내놓는다. 이 시리즈에는 출판사들이 공들여 기획했으나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인문서들이 작은 판형으로 부활한다. 명심보감> 논어>
정치ㆍ경제학적 관점에서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비판한 우석훈의 <도마 위에 오른 밥상> (2006)을 다시 내놓는 생각의 나무 김도언 편집장은 “실용서ㆍ자기계발서와 달리 인문서는 1,000원만 올라도 독자들이 거부하는 가격저항이 크다”며 “읽을 만한 문화적 가치가 있지만 비싼 값 때문에 평가받지 못했던 교양서들을 6,000원대에 보급해 독자들의 평가를 다시 받겠다”고 말했다. 도마>
최근 선보이는 다양한 성격의 문고본들도 삼중당 문고, 을유문고로 대표되는 70, 80년대의 문고본 전성기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핸디북이 상업적 목적으로 기존 책의 판형을 작게 만든 것이라면, 문고본은 특정주제에 대해 전문연구자, 스타필자와 대중을 연결시켜준다는 기획의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인문ㆍ교양 문고본으로는 2000년 시작된 책세상의 ‘우리시대’와 2003년 시작한 살림출판사의 ‘살림기획총서’ 가 양대 산맥이다. 모두가 국내 필자들이 쓴 ‘우리시대’는 모두 118권이 나왔으며 권당 평균 4,000~5,000부 가량 팔리고 있다.
대중성과 시사성이 강점인 ‘살림기획총서’는 현재 323권이 나왔으며 모두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이밖에도 역사학계의 화두인 미시사에 주목하는 서해문집의 ‘서해역사문고’(전 9권), 건강 취미 여성 육아 등 실용적 성격이 강한 김영사의 ‘잘먹고 잘사는법’ (100권 완간) 시리즈 역시 문고본의 춘추전국 시대를 열고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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