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PC)와 연결된 두 개의 대형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프리미어)을 이용해 화면을 조합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촬영해 온 화면에 음악을 넣어 보기도 하고, 자막도 삽입해 보고….
이 과정을 몇 시간째 반복하고 있지만 편집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다. 모니터 옆에는 촬영 내용이 기록된 6㎜ 테이프가 비디오카메라(캠코더)와 함께 쌓여 있었다. 영락없는 방송 편집 전문가의 모습이다.
홍보대행사 미디컴에서 영상보도자료(VPR) 업무를 맡고 있는 박주연(25ㆍ사진) 대리. "짧은 시간에 원하는 메시지를 동영상에 녹여내야 해요. 보도자료 내용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24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리는 편집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존의 보도자료가 텍스트에 사진이 첨부된 형태로 보내졌다면 VPR은 사진 대신 영상을 넣어 배포하는 방식입니다. 기업과 언론, 대중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개념의 홍보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그는 VPR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 준비를 시작한 VPR은 이 달 초부터 각 언론사에 배포되고 있다.
"TV보다 인터넷을 많이 접하는 시대잖아요. '대중'이란 단어와 '네티즌'이란 말이 거의 동일시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 매체 환경도 많이 바뀌고 있죠.
VPR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죠." 박 대리가 생각하는 VPR은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그가 만들어 낸 VPR은 각 언론사가 만드는 인터넷 뉴스 내용 중간에 첨부파일로 형태로 걸려 소개된다.
VPR을 만들어 내는 일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고객사가 원하는 내용을 받아 1차 팀 회의를 거친 후 동영상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시나리오에 따라 직접 캠코더를 들고 현장에 나가 촬영을 하고 필요한 부분은 스튜디오 녹화로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촬영 내용을 PC를 이용해 편집하면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 뉴스 형태의 VPR 한 꼭지를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일 정도.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VPR 기획자는 일종의 '멀티플레이어'인 셈입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아나운서나 리포터, 편집 중 아직까지 어느 한 가지 포지션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엮어내는 VPR의 종류는 다양하다. 크게 앵커나 기자 리포팅, 나레이션 등이 첨가되면서 뉴스형으로 진행되는 형식과 판매 및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정보성 스케치 영상(사용 후기), 인터넷 전용 광고 등이 있다. 뉴스형으로 제작되는 VPR은 대략 1분30초 이내에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내야 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을 수밖에 없다. "전문 촬영기자가 아니라 캠코더 조작이 아무래도 서툴러요. 손떨림을 줄이기 위해서 캠코더 삼각대라도 들고 출동하는 날이면 죽음이죠.(웃음) 저에겐 중장비에 속하거든요."
물론 VPR 자체가 생소한 영역이어서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기업)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스튜디오 녹화에 편집까지 끝낸 결과물을 고객사에게 보였을 때 수정을 요청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동영상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텍스트나 사진으로만 이뤄진 보도자료와는 달리 부분 수정 작업이 쉽지 않아요. 다시 시나리오를 짜고 촬영해서 편집을 해야 하거든요."
어려움 만큼 보람도 있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네티즌들이 VPR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VPR 덕분에 기사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거나 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격려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볼 때는 만족감을 느껴집니다." 네티즌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그에게는 곧 보람으로 다가왔다.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도 든든한 후원자다. 홍보대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사무실 내에 스튜디오도 갖췄고, 언제든 현장 촬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장비도 마련됐다.
그가 속해 있는 홍보 업계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한 지 이미 오래다. 간판을 내건 홍보대행사들도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아져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고객사인 기업과 미디어(언론) 사이에 가교 역할을 담당할 맞춤형 자료를 만들어 내는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박 대리가 VPR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은 확고하다.
"VPR이 '통용된다, 안 된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언제 보편화가 되느냐'는 시간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터넷과 동영상이 어우러진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VPR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겁니다." 입사 7개월밖에 안된 신출내기지만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물씬 묻어 있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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