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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향 유봉헌 상임지휘자, 무대서 쓰러져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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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향 유봉헌 상임지휘자, 무대서 쓰러져 돌연사

입력
2008.03.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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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향의 상임지휘자 유봉헌(58) 나사렛대 교수가 22일 뇌출혈로 숨졌다. 20일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열린 천안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지휘와 해설을 맡은 고인은 연주에 앞서 첫 곡인 리스트의 <전주곡> 을 해설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서울대 성악과를 거쳐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한 고인은 전주시향과 부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등을 지냈으며, 1997년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천안의 클래식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왔다.

2001년 민간 오케스트라인 천안심포니를 만든 데 이어 2005년 천안시향 창단을 주도했고, 지난해 말 30여명의 정단원을 뽑아 이번 연주회를 준비해왔다. 천안시향의 김성한 단무장은 “당뇨가 있긴 했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은 없었다. 새롭게 오케스트라를 꾸리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휘자는 원래 수명이 길기로 유명한 직업이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95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했으며 90세로 타계한 귄터 반트, 89세에 세상을 떠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역시 말년까지 포디엄에 섰다.

현재도 뉴욕 필의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79)을 비롯해 콜린 데이비스(81), 쿠르트 마주어(81) 등 백발이 성성한 노장들이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지휘 자체가 운동이 될 뿐 아니라 100여명의 단원을 지휘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느끼는 희열이 장수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주세페 시노폴리가 2001년 <아이다> 를 지휘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을 비롯해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에두아르드 반 베이눔 같은 지휘자들은 공연 혹은 리허설 도중 숨졌다.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 역시 96년 오페라 <라보엠> 지휘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경험이 있다.

한국지휘자협회 회장인 박은성 코리안심포니 음악감독은 “지휘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지휘자들은 음악에만 집중하면 되는 외국과는 경우가 다르다”면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천안시향을 통해 시민들과 음악으로 교류하고자 했던 고인이 포부를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현석 강남심포니 상임지휘자는 “국내 교항악단의 지휘자란 단원들 월급주는 일부터 섭외와 마케팅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하는 일인다역이기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를 창단한 지휘자 홍연택은 리허설 도중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충남교향악단의 박종혁 상임지휘자 역시 96년 연주회 당일 무대에 오르려다 뇌출혈을 일으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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