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ㆍ고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교정하겠다며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만든 <대안 교과서-한국 근ㆍ현대사> 가 출간돼 학계에 근ㆍ현대사 논쟁이 불붙고 있다. 대안>
진보적 역사학자들은 이들의 역사인식이 대한민국의 성공한 역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론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가들은 한국 현대사의 편향성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 논란의 중심에 선 대안 교과서
이번 <대안교과서> 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서문에서 보듯 ‘민족중심의 역사관 누그러뜨리기’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태어나는 역사적 과정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다. 김성수 같은 식민지시기 자본가에 대한 긍정, 이승만ㆍ박정희에 대한 우호적 평가, 북한정권에 대한 폄하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안교과서>
진보성향의 연구자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들은 경제지상주의, 남북대결구도 등을 강조하며 역사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일삼고 있다”며 “이런 식의 탈민족주의는 민주적ㆍ진보적 가치보다는 낡은 국가주의적 시각으로 돌아가자는 점에서 퇴행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사를 비주류로 보고 보론으로 처리한 점과 관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남한도 잘 살고 북한도 잘 살아야 한다는 시각이 아니라 북한을 흡수통일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서 우파 이데올로기적 편향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탈이념적 성향의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역사학계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를 낮게 봤다.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의 자주성ㆍ근대성을 부정하는 평가와 관련해 이 교수는 “해방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한 것을 평가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대한민국이 대한제국-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국호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학계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대한제국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역사관이 대한민국 역사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반면 대안교과서 집필자인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이 빠진 교과서가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이념이 폄훼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만연했던 분단사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건국사 중심으로 현대사의 시각을 교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 역사학계의 논쟁 이어질 듯
<대안교과서> 의 발행은 이 교과서의 집필자들이 대거 참여했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이 촉발했던 2006년의 근ㆍ현대사 해석논쟁을 재연할 것으로 보인다. 해방전후사의> 대안교과서>
이미 양측은 남ㆍ북한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올초부터 대립각을 세워왔다. 진보적 역사학계에서는 올해를 분단정부 60년으로 규정하며 ‘역사비평’ ‘창작과 비평’ ‘내일을 사는 역사’ 등의 학술지를 통해 대한민국사에 대한 일방적 찬양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제기한 반면,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자들은 지난해 발족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를 통해 올해를 건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해로 규정하고 국제학술회의, 건국연구서 <건국 60년의 재인식> 의 발간, 계간지 ‘시대정신’을 통한 특집 등을 계획하고 있다. 건국>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는 대안교과서 발간에 대해 “북한의 역사경험을 배제한 것은 한반도의 역사경험을 너무 옹졸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있지만, 민족주의 경향이 분명한 현재 교과서의 한계를 지적한 점은 의미가 있다”며 “감정적인 매도보다는 국가정체성에 대한 양쪽의 건강한 비판으로 논쟁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교과서 채택 절차는
교육부 검증후 학교별 심의… 고교 50%가 진보계열 채택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근ㆍ현대사 교과서는 모두 6종으로 2002년 검정을 통과했으며 2003년 3월부터 교재로 쓰이고 있다. 뉴라이트계열의 역사학자들은 특히 전국고교의 49.5%(2004년 기준)가 채택하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가 '민중ㆍ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좌편향적 역사관'으로 서술돼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과서로 사용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검정을 받아야 하며 검정을 받은 뒤에도 해당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단 한명의 역사학자들도 집필에 참여하지 않은 이 책이 향후 교과서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교과서포럼측은 이 책이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2010년까지 현행교과서를 보완하는 보조교과서로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향후 역사교과서의 개발과 심의과정에 뉴라이트계열의 역사학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