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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한나라당 권력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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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한나라당 권력지도

입력
2008.03.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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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파동을 둘러싼 내홍이 전개되면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단순하게 나눠졌던 한나라당 내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 논란이 실세들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친이계 내부가 분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당권,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힘 싸움을 벌이느냐"는 비판도 무성하다.

가장 극적인 대목은 역시 친이계가 쪼개진 것이다. 대선 승리로 주류로 부상한 친이계는 조각 파동과 공천 후유증을 거치면서 균열을 드러냈다. 이 부의장 그룹과 이재오 의원 그룹,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그룹 등으로 나눠진 것이다.

무엇보다 친이 그룹의 권력투쟁 양상은 이번 이 부의장 공천 반납 문제를 두고 두드러졌다. 이재오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공성진 이군현 진수희 차명진 의원 등은 이 부의장 사퇴론을 주도했다.

이에 친이 소장실세 그룹인 정두언 남경필 의원도 적극 동참했다. 이런 이유로 "이 부의장 사퇴론은 이재오 의원측이 아니라 소장실세 그룹이 주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느 경우든 이재오 정두언 의원측 세력이 연대해 이 부의장 세력과 맞서는 모습이다.

이에 맞선 이 부의장측 인사들은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꼽힌다. 원로그룹에 속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이 부의장과 가깝다. 친이 직계로 부를 수도 있는 이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이 부의장 사퇴론에 부정적이다. 결국 친이 그룹이 크게는 두 갈래, 작게는 세 갈래로 분화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주류에서 비주류가 된 친박계도 친이계와 정도는 다르지만 분화가 생겼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 파동의 책임을 놓고 강재섭 대표를 정조준한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강 대표는 2006년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의 물밑 지원에 힘 입어 대표가 됐다. 이처럼 '전략적 동지'였던 두 사람은 대선과 이번 공천을 거치며 견제의 대상이 됐다.

박 대표는 그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 응집력이 강한 계파를 거느리고 있다. 공천 탈락으로 탈당한 친박 의원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힘은 배가될 수 있다. 강 대표도 이번 공천에서 자파 세력을 은근히 챙겨 소계보를 형성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른바 구주류의 분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당내 세력다툼은 총선 3개월 뒤 치러질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연대와 대립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세들의 권력다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내에선 "새 정부의 성공에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각자 자기 이익만 쫓고 있다" "새 정부의 성공이 있어야 실세들의 미래도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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