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의 선봉장은 누가 될까.
지난 주부터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국내증시의 단기 바닥을 다진 수훈갑은 지표상으로 금융주였다. 그러나 시장은 금융주는 단지 정찰대에 불과했을 뿐, 앞으로 펼쳐질 진정한 전쟁의 승리(상승장)를 진두지휘할 선봉장은 따로 있다고 선언한다.
바로 정보기술(IT) 업종이다. 증권사들은 24일 한결같이 IT주를 물에 잠겨(지난해 급등장에서 소외) 승천을 기다리는 잠룡(潛龍)에 비유했다. 자동차주를 향후 상승 랠리를 이끌 경쟁자, 혹은 쌍두마차로 내세우긴 했지만 IT가 품은 세가지 큰 뜻엔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증권사들이 IT를 선봉장으로 옹립하려는 이유 역시 세가지. 최근 환율급등에 따른 수출관련 수혜, 기나긴 소외로 이미 바닥, 업황 호전 가능성이다. 특히 이미 금융주로부터 반등 역할의 바통을 이어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시장의 전폭적인 기대가 IT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을 비롯해 긍정적인 요인이 부각되는 IT와 자동차에 대한 비중확대가 필요해 보이는데 특히 IT업종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기업이익 수정비율'이 상승(그래픽 참조)했다"고 밝혔다.
기업이익 수정비율은 한 업종에 속한 모든 업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담긴 전망(상향 중립 하향 등)을 묶어 평가한다. IT의 경우 320개 업체의 전망을 묶어 산출하는데, 최근 0(중립)을 뚫을 태세다. 쉽게 말해 실적에 앞서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국내 IT의 우군으로 나섰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아시아 증시 매매동향이 IT주로 쏠리고 있다"며 "외국인이 주간(지난 주) 순매수 1, 2위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수혜는 물론이고 실적과 가격 모두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IT의 맏형이랄 수 있는 삼성전자의 자존심 회복도 관심이다. 지난해 외국인 지분 비중 축소(45%대), 시가총액 비중 하락 등으로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24일엔 부진했지만 반등 선봉장의 소임을 맡으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2분기부터 V자형 실적 회복, 목표가 84만원(24일 현재 59만9,000원)"(키움증권), "LCD호조 등으로 영업이익 전망치 상회"(푸르덴셜증권) 등 증권사의 러브 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개선으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예상되는 LG전자 ▦LCD 수요 증가의 수혜주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 ▦실적개선과 더불어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하나로텔레콤 ▦삼성전기와 LCD장비 관련주 및 부품주 등이 시장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법.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IT가 바닥을 친 건 사실이지만 매크로(거시경제) 측면에서 IT는 미국의 경기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 (미국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IT의 주도주 옹립은 아직 이르고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도달했을 때 진정한 주도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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