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 수사가 24일로 75일째를 맞아 수사종결까지 한 달여를 남겨두게 됐다. 특검팀은 삼성화재가 고객 돈을 빼돌려 10억여원의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밝혀냈고, 삼성 전ㆍ현직 임원 11명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6.2%가 이건회 회장의 차명주식이라고 결론지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과 관련해 이학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부회장 등으로부터 검찰 조사 때보다 일부 진전된 진술도 확보했다. 이 같은 진행 상황으로 볼 때 남은 것은 이건희 회장의 소환과 관련자 사법처리 수순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소환은
이번 주는 특검팀이 수사의 최정점인 이 회장의 신병 처리 문제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경찰 수사단계 구속) 등 대기업 회장을 구속한 뒤 수사기간(20일)을 거의 다 사용하고 기소한 전례를 감안할 경우, 특검팀이 다음 주에 이 회장을 소환조사하고 사법처리 수순을 밟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특검팀은 한달 여 남은 기간에 그 동안 해 온 수사를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이 회장의 다른 범죄 관련 혐의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특검팀이 이 회장을 이번 주에 소환하지 못한다면 기소한다고 해도 불구속 기소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특검팀 수사성과와 논란
특검팀은 2차 수사기간 동안 삼성화재가 미지급 보험금을 빼돌려 1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이를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판단, 전략기획실쪽으로 돈이 흘러갔는지 여부를 추적 중이다. 하지만 삼성화재 측은 “조직적 개입이 아닌, 경리팀 간부의 개인 횡령”이라고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삼성 전ㆍ현직 임원 11명이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 16.2%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차명 주식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학수 부회장은 특검팀에 출석해 “삼성생명 주식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을 관리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 등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 회장에게 배임ㆍ횡령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차명주식 매입 시기에 따른 공소시효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에버랜드 CB 발행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1996년 당시 유석렬 재무팀장(현 삼성카드 사장)이 기획안을 만들고 내가 허락했다”며 이 회장 개입을 부인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ㆍ관계 로비 수사도 특검팀은 최근 로비 명단에 나온 임원을 소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임채진 검찰총장,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등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이들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공소시효를 이유로 무혐의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수사, 삼성 의도대로 되나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삼성이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 차명 주식, 에버랜드 CB 발행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관련 임원의 진술은 최대한 수사가 이 회장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특검팀이 가시적인 수사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삼성측에 법적인 면죄부를 주는 수사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조준웅 특검이 삼성측 주요 소환자들과 독대를 하는 등 삼성을 대하는 특검팀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검팀과 삼성 측이 모종의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특검팀이 김 변호사를 소환해 13시간 동안 조사하고, 비자금 관리 의혹의 핵심 실무자로 지목된 전용배 상무는 소환후 1시간 만에 돌려보낸 것이 “균형이 맞는 수사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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