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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장기집권 짐바브웨 무가베 29일 대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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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장기집권 짐바브웨 무가베 29일 대선 빨간불

입력
2008.03.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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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간 쿠바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던 피델 카스트로(82)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 나면서 세계 독재자들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고령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84) 짐바브웨 대통령의 장기 집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방 세계와 야권으로부터는 국민을 기아에 빠뜨린 노욕(老慾)의 화신으로, 지지자들로부터는 독립 영웅으로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독재자는 29일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지지율 급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 1만 퍼센트의 살인적 인플레율로 상징되는 경제 파탄이 28년 장기 독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24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짐바브웨의 민간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집권 여당인 짐바브웨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 후보로 출마한 무가베 대통령은 20.3%의 지지율로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간 창기라이(56) 후보의 28.3%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의 심바 마코니(58) 전 재무장관은 8.6%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AFP는 다수 후보가 난립한 29일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수 득표에 미달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가 치러질 경우 반(反) 무가베 정서가 결집해 야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무가베 대통령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 84회 생일 잔치를 겸해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미국, 영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는 꼭두각시들이 집권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서방 세계의 음모론은 그가 30년 가까이 권좌를 유지해온 배경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그는 짐바브웨가 로디지아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을 때 독립 투쟁을 주도한 점을 평가 받아 1980년 짐바브웨가 독립하자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인구의 2%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소유하던 90%의 토지를 몰수해 대다수 흑인들에게 재분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혁 프로그램에 성공했다.

그의 집권 10년만에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86명에서 49명으로 떨어지는 등 짐바브웨가 아프리카의 선진 국가로 변모하는 기틀을 다졌다. 이 시기에 혜택을 입은 짐바브웨 국민들은 지금도 무가베 정권의 든든한 후원 세력이다.

그러나 백인 토지 몰수에 자극받은 영국이 미국과 연합해 짐바브웨 경제 제재에 나서고 백인 기업인들의 탈(脫) 짐바브웨 러시가 본격화하면서 경제가 기울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 대처 방안으로 무가베 대통령이 독재 체제로 선회하고 언론 탄압 등에 나서면서 경제 파탄에 기름을 부었다.

짐바브웨는 생필품 부족으로 비누를 조각으로 나눠 판매하는 등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60%에 달하고 90년대 중반 60세이던 국민 평균 수명은 37세로 뚝 떨어졌다. 무가베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급락은 이 같은 경제 상황에 기인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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