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의 '음란성'은 노골적인 노출을 통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대표 김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남녀간 성행위를 묘사한 동영상 12편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야후코리아에서 '사용자 주문형 동영상'(VOD) 서비스로 제공, 2004년 8월부터 8개월간 월평균 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동영상의 원본인 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관람가' 등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음란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음란성 개념은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며, 해당 동영상이 포르노보다 노출이 경미하다고 음란물이 아닌 것은 아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형사법이 개인 사생활인 성적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하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며 "법에 규정된 '음란'개념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존중ㆍ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 행위가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동영상은 주로 성행위와 애무 장면을 묘사했지만, 성기 등의 직접적 노출이 없다"며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형사법상 규제 대상이 될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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