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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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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08.03.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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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가 과연 임기 만료되는 금융통화위원에 대한 추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인가를 두고, 정부와 한은 주변에선 묘한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최종 금리결정권을 쥔 금융통화위원 7명 가운데 교체되는 자리는 3자리.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1번의 영예를 안은 이성남 위원을 비롯해, 강문수ㆍ이덕훈 위원의 임기가 내달 20일 종료된다.

이번 금통위원 인선은 향후 정부-한은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점에서 유독 관심을 끈다.

남는 4명의 금통위원 중 ‘BOK(한은영문약자)쪽 인사’는 의장인 이성태 총재와 이승일 부총재(당연직), 그리고 심훈 위원(전 한은부총재) 등 모두 3명. 관료출신(전 청와대정책실장)의 박봉흠 위원은 굳이 따지자면 ‘정부쪽 인사’다. 따라서 새로 임명되는 3명의 금통위원들이 모두 ‘친정부 성향’ 인사로 채워진다면, 정부는 향후 금리결정 과정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되지만 단 1명이라도 ‘친BOK’ 인사가 임명된다면 정부가 금리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봉쇄된다.

주목할 점은 3명의 신임 금통위원 가운데 1명의 추천권이 이성태 총재에게 있다는 사실.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총재ㆍ부총재를 제외한 5명에 대해 유관기관들이 추천토록 되어 있는데, 이번 교체대상 3명은 각각 기획재정부장관(강문수 위원), 금융위원장(이성남 위원), 한은총재(이덕훈 위원) 추천케이스다.

기획재정부장관과 금융위원장 몫인 2자리는 당연히 정부가 선호하는 인사로 임명될 터. 하지만 한은 총재 추천인사 1명이 누구냐에 따라, 향후 금통위는 4대3이 되느냐, 3대4가 되느냐로 갈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엔 이 추천권이란 그저 서류상의 서명란에 불과했다. 인사는 철저히 청와대와 재정경제부의 몫이었다. 한은총재 추천케이스인 현 이덕훈 위원 역시 실제로는 당시 박승 한은총재가 좋아서 천거한 사람은 아니었다. 따라서 관행대로라면 이성태 총재는 그냥 ‘정부 처분’에 맡길 공산이 크다. 한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처한 현재 여건은 여러모로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상고 출신의 이성태 총재는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인물. 비록 정치색이 없고,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며, 여타 산하기관과는 다른 중앙은행총재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명박정부’와는 단 한치의 연결고리도 없다. 더구나 ‘반(反)BOK’ 성향이 강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취임으로 그렇지 않아도 마찰적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사문화된 추천권을 다시 들춰내면서까지 대정부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 몰라라’ 할 수 만도 없다. 금통위원 인선은 정부가 한은을 통제하고, 금리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수단. 정부측에서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리 만무하다. 이를 묵인할 경우, 과거 한은 독립의 선봉에 섰고 지금도 ‘꼿꼿총재’ ‘대쪽총재’로 불리는 이성태 총재의 이미지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무리하게 4대3을 시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3대4를 그냥 감수할 수도 없고. 이성태 총재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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