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을 분석한 결과, 양당 공천 후보자들이 우리 국민의 직업 분포나 계층구조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변호사 언론인 교수 등 일부 직업출신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가 특정 직업이나 계층을 과대 대표하거나 소외세력을 과소 대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나아가 입법과정에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조인 출신은 한나라당 공천자 245명 중 56명으로 22.9%나 됐으며 전ㆍ현직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중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공천자를 제외한 신인 법조인 공천자만 해도 12.2%나 됐다. 통합민주당도 법조인 출신이 19명(전ㆍ현직 의원 포함)으로 지금까지 공천 확정자 153명 가운데 12.4%를 차지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별 고용구조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직업 종사자 중 판ㆍ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0.05%에 불과했다. 따라서 공천자 중 법조인 비율이 전체 직업인 중 법조인 비율의 370배나 되는 셈이다. 법조인의 개별적 우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법조 직역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한나라당의 경우 언론인, 교수 출신도 각각 4.9%, 4.1%를 차지해 국민 전체 직업분포에서 차지하는 비중(각각 0.09-0.3%)과 비교하면 과대 대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국민 상당수를 차지하는 농업ㆍ노동자 출신이나 소외계층 대변자는 양당을 통틀어 이번 공천자 중 한명도 없었다.
일부 직업군의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공천을 앞두고 이미 제기됐었다. 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법조나 언론계 출신보다 지역시민운동가를 배려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이런 제안은 철저히 무시됐다. 공심위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경쟁을 감안하면 좋은 경력 등 상품성을 갖춘 후보를 먼저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가 국가의 상부구조로 국민을 대표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특정 직업에 편중된 공천은 국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립대 임성학 교수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계층간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 정치의 본령을 생각하면 특정 계층의 편중 현상은 의회 정치를 왜곡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변호사 직역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 어김없이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는 데 앞장 서 왔음은 이전의 각종 입법 사례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로스쿨 관련 법안이 국회에 포진한 변호사 겸직 의원들의 ‘직역(職域) 이기주의’ 때문에 상정 22개월 만에야 겨우 국회를 통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비례대표 공천에는 소외계층 대변자나 농민ㆍ노동자 출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정치권은 비례대표 선정에서 정치적 이해나 이벤트를 추구하기 보다는 소외 직업군에 대한 배려와 그를 통한 국민통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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