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등으로 움츠려 있던 삼성전자가 대규모 해외 투자계획을 잇따라 확정하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 등의 악재로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계획을 포함해 시설투자와 주요 인사 등 굵직굵직한 경영현안이 지연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공백이 지속된다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해외 투자계획을 서둘러 내리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자업계 특성상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투자 결정을 재촉했다.
삼성전자는 21일 윤종용 부회장 등 경영진들이 참가한 가운데 경영위원회를 열고 베트남 휴대폰 공장 건설 계획과 반도체 LCD 신규 생산라인 도입 등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속속 확정했다.
연간 1억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춰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린성 지역에 세워질 휴대폰 공장에서는 올해 3분기께부터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생산라인 설치에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으로 주변 국가에 5% 낮은 관세로 휴대폰 수출ㆍ입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지난해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저가 휴대폰 시장 규모는 약 1,000만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또 LCD 신규라인 도입을 위한 투자로 올해 2,14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일본 소니사와 합작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충남 탕정의 8세대 2라인 공장 건물을 건설하는 데 사용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 휴대폰 공장 투자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사안이었지만 특검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진 게 사실”이라며 “환율과 부족한 생산물량, 원가경쟁력 확보 등의 차원에서 더 이상 시설투자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그룹 수뇌부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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