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제12대 대만 총통 선거에는 한국이 짙게 투영돼 있었다.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경험을 배우자는 주장까지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선거를 전후해 제기됐다.
타이베이(臺北)에서 만난 한 교민은 “경제실정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만인들은 한국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추월당했다는데 자존심이 매우 상했고 이런 정서가 마잉주 후보의 승리를 낳았다”고 말했다. 20일 타이베이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만난 미국 국적의 화교 비비안 류씨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은 펄펄 나는데 대만 기업은 기고 있다”며 “대만도 한국처럼 중국을 이용해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까지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선두에 서있다가 이제는 네 번째 용으로 밀린 대만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마잉주 당선자도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으며, 한국의 지난 10년 경험을 국정 운영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한국 기업인들은 마잉주 정부 출범 이후 단기적 변화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협력이 활발해진다면 한국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의 거대 시장과 규모의 경제, 거기에 대만의 기술력이 결합하면 한국 IT기업 등이 고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향후 대만 기술이 중국으로 제공, 유출되거나 대만과 중국의 관광이 활성화하는 것도 우리로서는 대비해야 할 분야다.
마잉주 당선자는 주문자 생산 방식의 하청기업 형태인 대만기업을 삼성, LG처럼 자체 브랜드를 갖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거대 기업이 대거 탄생해 한국 기업과 겨룰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이다.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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