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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 완화 정책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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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 완화 정책에 '역풍'

입력
2008.03.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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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규제 완화 정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포이즌 필(독소 조항),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책 도입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원장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데 이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방침은 한국 경제를 '재벌 경제'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경제학회가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경제 선진화를 위한 신정부의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경제학자들은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방침의 재고를 요구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소한 5대 재벌에 한해서라도 출자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한 5대 재벌에 출자제한이 풀리면 투자자금이 자회사 지분 늘리는 데 쓰여 설비투자가 오히려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5대 재벌의 출자제한이 풀리면) 앞으로 예정돼 있는 공기업 매각 시장에서 끝없는 식욕을 과시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가 경제가 '재벌 경제'가 돼 대재벌과 중소 재벌간, 재벌과 비재벌간 경쟁이 크게 왜곡돼 건강한 시장경제가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금산분리도 5대 재벌에게는 그 원칙이 지켜질 필요가 있다"며 "은행이 재벌의 계열기업으로 편입되면 금융시장이 왜곡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헌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도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회사가 기업을 통제하고 대리 감독하는 역할을 약화시킨다"며 "결국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0일 "국내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포이즌 필과 황금주 같은 제도적 방어막을 치는 것은 자칫 경영진의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중요한 책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장ㆍ단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제성장의 모멘텀으로 삼고자 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방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1일 "독립적인 사외이사나 적극적 기관투자가에 의한 경영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과 같은 절대적인 방어수단을 도입하면 경영진의 능력과 무관하게 철옹성을 제공함으로써 지배구조의 결정적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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