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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티베트 사태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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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티베트 사태 전모'

입력
2008.03.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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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태가 1주일을 넘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자신문 아랍뉴스는 '외부의 이야기는 사태의 전모를 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첫머리 요지는 이렇다. "10일 수도 라싸에서 시위를 벌인 승려들은 중국 경찰이 올림픽 때문에 발포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 중국 경찰은 승려들을 검거했으나, 다음날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군중은 건드리거나 해치지 않았다. 대담해진 시위대는 14일 중국인(한족)들을 공격하고 한족 상점과 은행, 호텔을 약탈하고 방화했다."

■이즈음 우리 언론은 '유혈사태'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1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티베트 망명정부와 곳곳의 망명세력은 80~120명이 희생됐다고 엇갈리게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이미 망명정부 쪽 주장에 기울었다. 또 "총성을 들었다"는 관광객의 말과 소문을 인용한 외신 보도를 부각시켜, 경찰 발포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여기게 했다. 이런 보도는 20일 밤 TV 뉴스에서도 되풀이됐다. 그러나 정작 뉴스 리포트 중간에 등장한 현지 목격자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할 뿐이었다.

■18일자 아랍뉴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목격담에 따르면, 희생자는 대개 티베트인에게 살해된 한족이다." 이 기사의 정확성은 라싸에 들어갔던 서방 기자들이 중국 당국의 종용으로 외부로 나와 실상을 전하면서 확인됐다.

19일 티베트에서 나온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자는 구체적 경과를 보도하면서 "중국 당국이 절제된 진압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20일 마지막으로 라싸를 떠난 독일 DPA 통신 기자는 시위 가담 티베트인의 말을 인용했다. "솔직히 시위대의 폭력이 지나쳤다. 경찰은 총을 쏘지 않았다."

■여기에 이르도록 우리 언론은 사태의 전모와 실상에는 거의 깜깜하거나 침묵했다. 달라이 라마가 18일 "폭력사태가 통제되지 않으면 망명정부 수반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을 연합뉴스가 뜻도 알 수 없게 전했고, 한국일보가 크게 다뤘을 뿐이다. 티베트인들의 폭동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는 설명은 없었다.

21일 아침 조선일보가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를 자세히 옮겼으나, 대부분 중국의 '학살 만행'을 지레짐작한 잘못을 가리지 못한다. 오래된 연구에 따르면, 제3세계 언론은 스스로 제3세계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난해한 국제문제를 옳게 보도하려면 낡은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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