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치솟던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 원자재 주간 가격은 1956년 이래 최대. 추락하는 원자재가격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 주변에선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상품 가격은 주가와 역(逆)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상품가격이 오르면 주가는 내리고, 반대로 상품가격이 내리면 주가는 오르는 식이다. 물가상승은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시는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증시의 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1970년대 이후 미국이 겪은 5차례의 경기침체기를 돌아보면, 주가와 상품가격의 관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오일 쇼크가 일어났던 1970년대 초반과 1990년 초에는 상품 가격 하락 전환이 바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지만, 1980년과 2001년에는 그러한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각각의 경기 침체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얽혀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의 경기침체 기간은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1981년 경기침체와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이후 2년간 지속된 상품가격 하락 후 미국증시는 반등했다. 2001년 경기침체의 사례는 9ㆍ11 테러로 인해 경기 침체 막바지에 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섰고, 주가 역시 하락 추세를 더 이어갔다는 점에서 다소 예외적인 사례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과거 상품가격 하락은 대체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결국 낮은 가격이 소비수요를 늘려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상품 가격의 지나친 하락은 글로벌 수요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호재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미 경기 침체에 돌입한 상황에서는 당장의 수요 감소보다는 미래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상품 가격 하락의 득실은 어떻게 될까.
삼성증권의 김성봉 연구원은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실보다 득이 크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상품가격 하락은 ▦투기자금의 이탈 ▦인플레이션 압력약화 ▦유로존 금리인하 촉진 ▦제조기업 원가하락 등을 의미하므로 긍정적인 만큼, 그는 “신용경색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미완의 상태이긴 하지만 글로벌증시 하락의 요인이 하나씩 정리되어 가는 단계인 것은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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