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강재섭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저녁 늦게 이재오 의원과 독대하는 등 공천 파동의 수습책 마련에 골몰했다.
이 대통령이 공천 파동의 중심 인물인 이재오 의원과 독대했다는 사실은 공천 후유증의 심각성을 십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독대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의사를 피력하면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 필요성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답변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이 의원측은 "이 의원이 이 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론을 건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단 부인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강 대표의 불출마 회견 직후인 오후 7시30분께 강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왜 대표가 책임을 지려고 하느냐"며 재고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전화는 강 대표가 회견 후 기자실 소파에서 약식 간담회를 하는 도중 걸려왔다. 비서가 "긴급한 전화"라며 바꿔주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가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져 극적인 연출의 뉘앙스마저 풍겼다.
강 대표는 통화 후 대화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이 '화요일(25일) 점심 때 주례회동하기로 했는데 그때 다시 생각하면 안되겠느냐'고 말씀하셨고 저는 '이미 결정났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또 "대통령이 '공천은 공심위에서 했는데 왜 대표가 책임을 지느냐', '대통령도 자기 팔이 잘려나가 안타까운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하더라"며 "저는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불출마 재고는) 이미 물건너간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 통화 도중 강 대표는 "뉴스 보셨습니까. 저는 이미 발표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 당이 스타트하는데 시끄러워서 제가 그리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당이 말씀 그대로 어수선하니까 누군가는 정돈해서 가야 하는데 그게 다 대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저한테 맡겨주십시오"라는 말도 했다.
정녹용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