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유괴ㆍ살해사건의 범인 정모(39)씨가 범행을 자백한 과정에는 경찰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ㆍProfiler)의 활약이 컸다.
이혜진(11) 우예슬(9)양 살해를 인정하고도 범행 동기를 함구해 온 정씨가 입을 연 것은 범행 현장의 흔적을 통해 범인의 성격과 심리 등을 추정하는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된 뒤였다.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권일용 경위와 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 고은경 경장 등 경찰 최고의 프로파일러들이 수사본부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일. 권 경위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수사 초기 범인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고,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약물 의존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확하게 그려냈다.
이들은 첫날 3시간 동안 정씨와 마주 앉아 정씨 심리를 공략할 포인트를 찾아냈다. 이튿날 본격 자백유도를 위해 10시간 이상 팽팽한 심리전을 벌이며 정씨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심문전략을 도출해내 번갈아 심문했다.
결국 21일 오후 10시께 흔들리기 시작하던 정씨는 눈물을 흘리며 두 어린이 유괴ㆍ살해 범행 동기를 밝히고, 2004년 군포 40대 여성 살해 사실도 자백했다.
권 경위는 "정씨가 성적 동기를 숨기려 했던 것은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어심리 때문이었다"며 "수사 기법상 밝힐 순 없지만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범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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