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이 데니 태극기의 앞뒷면을 바꿔 전시했다는 문화재 위원들의 지적에도 불구, 기념관 측이 "자체 조사결과, 전시 방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해 데니 태극기의 앞뒷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한국일보 19일자 9면)
기념관 측은 "데니 태극기 제작 당시 깃대끈의 위치는 우측"이라며 기념관의 전시 방법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화재 위원 등 전문가들은 "태극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데서 나온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측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데니 태극기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듯 태극기도 깃대에서 왼편에 걸도록 돼 있어 깃대끈의 위치가 우측에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는 깃대끈이 오른쪽에 위치해야 된다는 것으로, 기념관이 그동안 전시했던 4괘의 순서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건ㆍ감ㆍ곤ㆍ리'순으로 돼 있는 부분이 앞면이라는 주장이다.
기념관 관계자는 "1998년 행자부가 발간한 '태극기의 연혁'이라는 책의 사진에도 독립기념관의 전시 모습과 같게 나와 있다"면서 "전시된 데니 태극기는 복제품이 아니라 사진이며, 복제품은 수장고에서 보관해왔다"고 말해 전시품이 복제품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위해 데니 태극기가 보관된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방문 조사했던 문화재위원 등은 "태극기에 대해 무지한데서 나온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인 이만열(70)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데니 태극기의 태극 무늬와 4괘는 모두 헝겊을 오려 붙인 것으로, 앞면의 경우 의도적으로 바느질을 고르게 해 상태가 양호한 반면 (기념관에서 전시한 방향인) 뒷면은 그렇지 않다"며 "과거 잘못 전시한 데니 태극기를 이번 기회에 문화재로 등록하면서 (앞뒷면을)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게양 방법에 대한 기념관의 주장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천화숙(65) 경원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역사적 문헌을 살펴봐도 국기가 국가의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통일된 양식을 사용해왔는데, 통상 깃대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깃발이 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화재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독립기념관 산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측은 "데니 태극기 제작 당시 대부분의 태극기는 태극의 머리 부분을 기준으로 홍색이 위로 가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기념관의 전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독립기념관 측이 98년 발간된 '태극기의 연혁'책자의 내용이 데니 태극기 전시 모습과 같다고 주장한데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해방 이전 태극기에 대한 기록도 명확치 않고, 정부에서 당시 국기에 대해 기준을 만들 필요도 없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98년 발간된 책은 지은이의 개인 생각을 담은 것이지 정부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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