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쇼트프로그램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진통제 투혼의 결과는 프리스케이팅 1위. 하지만 금메달에는 딱 2.33점이 모자랐다.
김연아(18ㆍ군포수리고)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일본)에게 돌아갔다. 21일(한국시간) 피겨스케이팅 2008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던 김연아는 이날 새벽 여자 싱글 자유종목(프리스케이팅) 출전에 앞서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전날 통증을 느낀 뒤 스케이팅 속도가 눈에 띄게 줄면서 점프는 물론이고 스텝과 스핀도 나빴기 때문이다.
전날 규정종목(쇼트프로그램)에서 5위에 그쳤던 김연아는 예상 밖의 선전으로 자유종목에서 최고 점수(123.38점)를 얻었다. 총점은 183.23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메달에 머물렀다. 1위는 아사다 마오(185.56점), 2위는 카롤리나 코스트너(184.68점ㆍ이탈리아)가 차지했다. 김나영은 127.32점으로 19위에 그쳐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김연아는 첫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성공시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딱 한 번 실수가 있었다. 뒤로 진행하다 공중에서 3회전하는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싱글 러츠(1회전)에 그치고 만 것. 기본점수가 6점에서 0.6점으로 추락했다. 이 실수만 없었다면 5.4점을 더 얻어 1위가 됐을지도 모른다. 승부의 세계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는 부질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김연아는 경기 후 “기쁨과 아쉬움을 절반씩 느꼈다”면서 “최선을 다했기에 좀 아쉽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숙명의 라이벌’ 아사다는 경기 시작 25초 만에 트리플악셀(공중 3.5회전)을 시도하다 얼음판에서 미끄러졌다. 주황색 옷을 입은 덕분에 옷에 피가 밴 건 눈에 띄지 않았다. 아사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나머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끝에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부상을 극복했다면 디펜딩 챔피언 안도 미키(일본)는 부상에 울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안도는 왼쪽 장딴지 근육 파열로 눈물을 흘리며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2007~08시즌을 마친 김연아는 23일 갈라쇼에 참석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5월까지 한국에서 머물 예정인 김연아는 6월에는 캐나다로 떠나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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