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남단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약420㎞ 떨어진 섬 이시가키(石垣). 뜨거운 태양과 에메랄드빛 바다, 야자수가 남국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 섭씨 24도를 유지하는 따뜻한 날씨와 소금, 흑진주 양식으로 유명한 이 섬에 세계적인 휴양지 ‘클럽메드 카비라(川平)’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시계가 없다. 손목시계마저 풀어버리면 시간의 족쇄에서 해방되는 공간, 그곳에서 바쁜 일상과 시간을 잊고 그저 푸른 바다와 맑은 바람 속에 나를 던졌다.
웰컴 투 카비라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를 타고 40분쯤 지나면 이시가키 섬을 둘러싼 진한 코발트색 바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시가키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가며 아열대 나무 등 이국적인 풍경에 눈을 돌리다보면 어느새 50여분이 훌쩍 지나 클럽메드에 도착한다.
액운을 막아준다는 오키나와의 전설의 동물 ‘시사’ 암수 한 쌍이 본관 건물을 지키고 있다. 이곳 건물의 기와는 모두 오렌지색, 눈 앞에 보이는 푸른 바다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로 나가면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과 하얀 백사장으로 연결된 해안선 뿐, 들리는 것은 오직 바람과 파도소리 뿐이다.
무엇을 할까
클럽메드 카비라에는 아름다운 바다 속 비경을 볼 수 있는 스노클링, 산악자전거, 윈드서핑 등 외부활동부터 스쿼시, 요가, 요리강습 등 실내활동까지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공중그네를 배우며 서커스 단원이 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매일 리조트 게시판 등에 있는 일정표에 강습시간, 장소 등 정보가 제공돼 입맛대로 골라 즐기면 된다.
초보자도 두렵지 않다. 리조트 직원이자 관광객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GO(Gentle Organizer)들이 친절히 안내하기 때문이다. 레포츠 활동이 아닌 조용한 휴식을 원한다면 숙소, 해변에서 독서를 해도 좋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보채지 않는다. 날씨가 흐려 바다수영이 어렵다면 휴양지 내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온이 27도로 맞춰져 있어 야간수영도 가능하다.
매일 밤 강당에서는 GO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 공연에서부터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고 오키나와 음악에 맞춰 우리의 부채춤을 추는 퓨전(?) 공연까지 볼 수 있다.
공연 후 바에서는 댄스 파티가 벌어진다. 라이브 음악에 맞춰 GO들이 흥을 돋우고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같이 춤추며 이야기하는 흥겨운 장이다. 여기서는 낯선 이들이 모두 친구가 된다.
무엇을 먹을까
하루 3번의 뷔페식 식사와 1번의 간식이 시간대별로 제공된다. 전날 아침 배포되는 스케줄에 다음날 식사의 컨셉트(아시안 퓨전, 세계 각국 음식 등)가 나온다.
오키나와 고유 음식인 고야참푸르(표면이 울퉁불퉁한 쓴 오이를 야채,두부와 함께 볶은 것), 미미가(삶은 돼지 귀), 라후테(통삼겹살찜) 등은 반드시 먹어보자. 맛은 물론이거니와 장수의 고장인 오키나와에서 ‘장수의 비결’로 꼽히는 건강식들이다.
휴양지 내에 있는 바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1시까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와인, 맥주, 위스키, 차 등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애주가라면 오키나와의 술 ‘아와모리’를 놓칠 수 없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주인 쌀소주 아와모리는 도수(25~43도)가 다양하고, 누룩을 만들기가 쉬운 태국쌀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기간 며칠 사이에 몸무게가 는 것 같다는 말이 반갑게 들리지는 않지만, 이런 맛있는 음식이 즐비한 이곳을 찾은 대가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시가키(일본)=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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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럽메드, 물소차로 2개섬 왕복… 느림을 만끽하다.
클럽메드 카비라는 휴양지 바깥에도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외부관광은 이리오모테(西表) 섬과 유부(由布) 섬 관광. 클럽메드에서 버스를 타고 30~35분 가량 이동, 이시가키 항에서 배로 40분쯤 가면 이리오모테에 도착한다.
이리오모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야마네코(산고양이) 보호 표지판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야마네코는 전 세계적으로 90여마리밖에 없는 희귀종으로 이 지역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마네코가 도로에 나와 사고를 당할 것을 대비해 고양이 전용 지하보도를 곳곳에 만들어 놓았을 정도. 여기에다 티셔츠, 캐릭터 인형 개발 등 일본 특유의 상술이 결합해 야마네코는 지역의 수입원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해수와 담수가 섞인 나카마 강을 따라 올라가면 아열대 갯벌에서 자라는 식물인 맹그로브 숲을 볼 수 있다. 400년 된 천연기념물 사키시마스오 나무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이리오모테 관광 후 인근 유부 섬에 들어갈 때는 명물 물소차를 타보자. 검은 물소가 성인 15~16명을 태우고 40㎝ 정도의 얕은 바다를 건너 유부 섬과 이리오모테 섬을 왕복한다. 우마차를 운전하는 이 지역 노인들이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 산신(三線)을 연주하면서 들려주는 오키나와 노래는 구슬프지만 저도모르게 입가에서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고로(五郞)’라는 이름의 물소와 함께 우마차를 끌고 있는 한 60대 노인은 “원래 이 지역에서 고로와 같이 농사를 지었는데 이제 기계로 농사를 지으니 소를 쓸 일이 없어 우마차를 끌게 됐다”며 “고로의 나이는 15살로 많은 편이지만 힘은 최고”라며 웃었다.
이외에도 타케토미(竹富)섬 시내관광, 카누 체험, 산호초 관광 등 다양한 외부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이용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 여행수첩
클럽메드 코리아(www.clubmed.co.kr)는 올해부터 전세계적으로 전개하는 '해피니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5월 21일~9월 10일 '오키나와 카비라 패키지'를 선보인다. 대만을 경유하는 특별항공편을 이용해 기존 일정보다 1시간 이상 비행시간이 단축됐다.
6인(2세 이상)이상 그룹 고객과 60세 이상 고객에는 1인당 10만원 할인 혜택을 준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3박4일 일정은 121만원부터,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4박5일 일정은 147만원부터다.
이시가키(일본)=박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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